이 책을 읽으면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생각난다.
처음 해본 사랑에 실패하고 지독한 당혹감과 자기연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읽은 게 바로 <님의 침묵>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십번도 더 읽었던 <님의 침묵>이 그렇게 아릿하고 아픈 시인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라는 첫 구절을 읽자마자 전공책 위에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더랬다. 때는 6월, '차마 푸른 산빛을 깨치고' 떠난 님이 미워, 차마 울지도 못하던 내게 과장 보태 1000여년 전의 시가 한 방울의 순정하고 솔직한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구비구비 맞닥뜨리는 실패와 두려움들을 시에 비춰보는 일의 강렬함이 새삼 소중해진다. 하나쯤 갖추어놓고 있다가 외롭거나 질투와 인정욕구로 고통스러울 때 들춰보면 좋겠다.
사진도 참 좋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