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은 중앙일보에 ‘그때 오늘’이란 코너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을 펴냈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한권으로 묶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 보인다. 우선은 1년 동안의 시간을 두루 살펴 ‘역사적 사건’을 발굴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균형성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아쉽기도 한 점은 본래 그 연재글이 가졌던 ‘시의성’이 신문연재글에서 책의 한 일부가 되면서 탈각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월별’로 본다는 컨셉을 완결짓기 위해서 각 달마다 도입과 결론의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들은 개별 ‘사건’들로는 이야기될 수 없는 ‘역사인식’의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또 경청해볼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역사전쟁’이 ‘진보’ 대 ‘보수’ 사이에서 확대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저자의 글은 Fact를 기반으로 이 구도 속에서 어디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할지 판단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또 이 책의 기획에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본서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그다지 여러 이슈들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점이다. 주로 외교안보, 남북관계와 관련된 것들이 다수다. 대한민국을 읽는다고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서술은 본서에서 찾기가 너무 힘들다. 저자의 전공탓일까? 중앙일보라는 매체의 보수성 탓일까? 혹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니까 서술의 중심에서 배제된 것일까?
그리고 저자가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안보’를 축으로 서술하는 것은 이른바 ‘보수쪽’ 논리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적군파의 테러에 대해 언급하면서, ‘테러’라는 행위를 타자화하고 국제적으로 대처하고 결코 동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입장은 세계적 자본주의 속에서 너무 ‘선진국’, 있는 국가의 입장에 서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또한 들었다.
이러한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하더라도, 저자가 역사의 대중화와 객관성․전문성을 결합시키려고 한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역사는 재미없다’라고 서문에서 선언적으로 밝힌 말에 대해서 본서가 극복을 충분히 해냈는지에 대한 답은 별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