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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후지이 다케시
  • 31,500원 (10%1,750)
  • 2012-12-28
  • : 573

해방이후 한국현대사 속에서 ‘파시즘’을 주창한 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믿지 못할 것이고,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파시즘이라고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그리고 일제 정도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의 파시즘은 단순히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후지이 다케시의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에서는 1945년에서 1953년까지 지속되었던 해방 8년사 속에서 ‘족청계’라는 그룹의 역사를 정치사적으로, 사상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족청’은 조선민족청년단의 줄임말이다. 조선민족청년단은 독립운동가로 유명했던 이범석이 1946년 설립해 1949년까지 운영했던 단체로, 이 단체 출신 혹은 관련된 인물들은 ‘족청계’라는 그룹으로 1953년까지 남한 정치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들은 홀로 유유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활동했다.

 

그러한 족청계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뉴라이트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 건국된 나라라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는데, 해방이후 남한 사회를 이렇듯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배격할 수 있는 매개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이들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후지이 다케시가 밝히고 있는 족청계의 사상,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일민주의’(이승만 정권의 국시)은 ‘자유민주주의’라기 보다는 1930년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파시즘’ 혹은 ‘국가사회주의’(혹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의 영향 속에 발생한 사상인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가 ‘국가사회주의’라는 용어로 번역되는 것은 파시즘이 단순히 국가주의나 전체주의 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정한 지향을 지녔던 운동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저자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 둘 모두를 배격하고 출현한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범석이 주도했던 족청계의 주요인사들은 식민지 시기에 사회주의 운동을 전향한 그룹이거나, 독일 유학파 출신, 또는 장개석이 추구했던 파시즘으로부터 여러모로 배운 그룹(이범석 자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1930년대의 경험을 1945년 해방 이후 족청이라는 단체를 매개로 실현해 나갔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중요시한 것은 족청계가 보였던 모습은 ‘반공’과 ‘냉전’으로 점철되어갔던 정세 속에서 ‘반공적이면서도 미국적이지 않았던’ 족청계의 사상적 근거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는 해방 8년사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가 가졌던 또다른 가능성을 밝힘과 동시에,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날,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하는 우리들에게 또다시 또다른 위기(파시즘?) 혹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할 것을 제기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 자신이 단순히 파시즘의 재래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파시즘을 세계적으로, 또 대한민국에서도 가능케 했는지 살피는 것은, 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데 큰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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