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정형화와 망각에 대해
chois123 2011/07/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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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이라는 스캔들
- 나이토 치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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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 - 2011-07-01
: 84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정보의 바다 속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생산하고 있는지, 어떤 왜곡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분석해보고 생각해볼 수도 없도록, 우리는 정보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수많은 정보를 다 읽지도 못 하고,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 새롭게 밀려드는 새로운 정보들에 의해 이전의 것들을 망각하게 된다. 이러한 삶은 매일매일 이어진다. 수많은 정보들이 이야기되지만, 특정한 정형화된 정보, 표상만이 기억되고, 수많은 개별적인 것들이 망각되어 간다.
나이토 치즈코가 지은 '암살이라는 스캔들'은 이런 고민과도 일부분 맞닿아있다. 일본 메이지 시대 언론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그녀는 이야기와 망각이라는 시스템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시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누족과 민비(명성황후)와 같은 존재들은 물론 정형화된 이야기와는 다른 개별적 서사들이 망각되어 왔음을 문제시 하고, 어떤 이야기과정이 그것을 가능케 했는지 살피고자 하고 있다.
나이토 치즈코의 문제의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메이지 시기 언론들이 만들었던 특정 표상들에 대한 스트레오 타입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은 바로 병과 피, 여성, 식민지이다. 이들에 대한 논리가 정형화되면서 식민주의, 국민주의 논리 생성에 어떻게 봉사해나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메이지 시기 미디어를 크게 요란스럽게 만들었던 큰 ‘암살’ 스캔들을 중심으로 앞서 살펴본 정형화된 표상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파열되고 의미를 다시 강화해나가는지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는 김옥균 암살, 민비(명성황후) 암살, 안중근의 이토히로부미 암살, 천황 암살(대역모 사건)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일본 메이지 시기 언론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그 연구 대상이 결코 한국사와 분리되지 않아, 보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 남는 점은 메이지 시대 미디어들이 이야기를 통해 질병, 여성, 식민지에 대한 표상을 정형화해나갔지만, 그것은 대체적으로 자기 내부의 이야기로만 한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일본 내에서만 생산되고 소통되었을 가능성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자신과 ‘타자’를 계속 구분짓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 속에서 ‘타자’로 규정된 존재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영역에 머문 것은 아니었던가 싶은 것이다. 이럴 때, 이 이야기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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