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은한 2021/10/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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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 (양장)
-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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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1-10-01
: 3,559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수리와 친구들 사이에서 예스맨으로 통칭하는 류.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은 꽤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부러움과 우상이 되는 삶. 사람들과 완만히 지내는 삶. 그랬기 때문에 '왜 이들이 자신의 육체를 되찾지 못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넘긴 책장이 쌓을수록 그들의 영혼이 누구보다 많이 비어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 온 성취가 무너지기라도 할까. 밤을 새워가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수리는 완벽한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사이 어느 순간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런 수리에게 선령은 '본인의 인생 자체를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SNS 속 사진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면 육체 속으로 들어가야겠지?'라고 말한다.
인생은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 있는 SNS 같은 것이 아니었다. 좋은 부분만 있을 수 없다. 좋은 부분만 보여줄 수 없다. 수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희경 작가님은 전시되는 삶과 날 것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삶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과 SNS에 휩쓸리지 말라는 부가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특정 다수의 취향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나의 것'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모두에게 예스맨을 자처한 류의 배경에는 가족들의 선한 행동이 아픈 동생 '완'의 건강으로 응답받을 것이라는 엄마의 믿음이 있었다. 매일 자신을 죽여가며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쓰던 류는 본인에게 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갖고 있었다. 비로소 육체와 분리되어 영혼으로 존재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인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에 나 있었던 생채기를 보게 된 류는 서툴지만 다정하게 자신의 영혼을 껴안아 주기 시작한다. 이야기 후반부에 류가 엄마와 회피하기만 했던 문제와 직면하는 부분에서는 류와 함께 마음의 해방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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