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경직, 누군가의 봄
뮤이 2026/06/12 12:03
뮤이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윗집 부부
- 황보름
- 16,200원 (10%↓
900) - 2026-06-24
: 15,820
#도서제공 #가제본 #황보름 #윗집부부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쳤다. 소설 속 경직이 너무도 내 아버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대신 자신의 말만 옳다고 믿고,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압박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예전에 화를 이기지 못해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던 아버지의 모습도 겹쳐보였다. 그래서 경직은 단순한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마주했던 누군가처럼 느껴졌다.
황보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을 이해시키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단정 짓기보다,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꽉 막힌 노인처럼 보이는 경직을 통해 우리는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동시에 경직 역시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인물들을 쉽게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의 사정을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생존을 위해 불안과 두려움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고용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언제 정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현실은 낯설지 않았다. 일정 시기마다 대규모 인원 정리가 이루어지는 직장에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봄의 심정이 유난히 깊게 와닿았다.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 상사의 압박 속에서 결국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봄의 불안과 좌절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의 내 이야기처럼 읽혔다.
읽는 내내 유독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저렴함과 실용성이 특징적인 그들의 가구와 생활용품 사이에서 소파는 견고한 우아함을 자랑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팍팍한 현실과 생존의 무게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아함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문장 같았다.
결국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이 맞닿으며 생기는 오해와 이해의 과정일 것이다. 답답함과 공감, 연민과 씁쓸함 사이를 오가며 읽다 보면 어느새 인물들 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