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도서제공 #오독의발견 #김민철 #오독단
처음 『오독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꽤 엉뚱한 상상을 했다. 문장을 잘못 이해하면서 생기는 뜻밖의 이점에 대한 이야기일까, 혹은 어떤 인지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일까. 책을 ‘오독을 하고 오독오독 씹어먹자’라니! 오독을 권장하는 책이라니, 얼마나 재밌을까!
P.7 ‘책과 책을 엮어 더 나은 이야기를 찾고, 책과 삶을 엮어 자기 서사를 다시 쓰며, 책과 사람을 엮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오독이라면, 그 독서법을 내 삶으로도 들여오고 싶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건, 독서란 훨씬 더 깊은 주관적인 행위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책 읽기를 객관적인 이해의 과정처럼 여기지만, 결국 같은 문장을 읽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감정과 기억, 경험을 꺼내어 해석하게 된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나는 ‘오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 어긋남과 흔들림 속에서 독서는 더 풍성해진다고. 오독이라는 자유를 함께 즐기자고. 나는 원래부터 각자의 해석이 책을 살아 있게 만든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수능 국어에서 작가의 의도를 추론하고, 배경을 분석하고, 정답 하나를 골라내야 하는 과정이 늘 갑갑했다. 문학은 분명 누군가의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정답으로만 수렴되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즐겁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 교환독서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같은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오독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아닐까. 같은 문장을 읽고도 누군가는 상처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질문을 품는다.
P.38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이 혹시 책 속에 있을까 싶어 그는 문학 작품 속을 헤매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답을 찾던 한강 작가는 뜻밖의 발견을 합니다. 바로, 많은 작가들에게 답은 없고 오직 질문만 가득하다는 발견이지요.’
작가는 계속해서 “정답”보다 “질문” 쪽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가득 찬 세계이고, 그 안에서 다시 ‘나의 질문’을 던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낌없이 질문하고, 흔들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나의 사탄』을 읽으며 나는 나의 서툴렀던 과거를 떠올렸다. 사람은, 아니 ‘나는 왜 스스로 상처 입히는 관계에서도 확실히 끊어내지 못할까. 왜 끝끝내 진실을 외면하고도 사랑받고 싶어했을까.’하는 질문을 꽤 오래 담았다. 스스로 납득할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젠 정답을 헤집지 않으려한다. 물론 이건 나의 오독이다.
읽는 순간에는 즐겁고 깊게 빠져드는데, 책을 덮으면 기억이 뿌옇게 흩어져버린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재독은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작가 역시 읽은 내용이 쉽게 휘발된다고 말하는데, 그 부분에서 괜히 반갑고 안심이 됐다. 그러면서 ‘오독’의 ‘오’는 다섯 번 읽기의 ‘5’이기도 하다고 말하는데, 그 천연덕스러움이 참 좋았다. 이런 내가 청소년기 여러번 펼쳤던 책이 단 두권있는데 『내 심장을 쏴라』와 『달의 궁전』이었다. 나는 조만간 내 오독을 쌓기 위해 이 두 책을 다시 펼쳐볼 예정이다. 그렇게 각자의 오독이 모여 나라는 한 권의 책을 더 넓고 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