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를 읽으며 나는 ‘펼쳐졌다’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우리 마음속에 접혀 있고, 구겨져 있고, 애써 숨겨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서늘한 그늘에서 말리는 기분이었다.
한 문장, 한 페이지, 한 문단을 따라갈수록 나는 조금씩 더 펼쳐졌다. 그렇게 펼쳐질수록 빳빳해지기는 커녕, 내 안에 남아 있던 구겨진 흔적들이 더 자글거렸다.
아마 이게 김애란이라는 작가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힘. 이 책은 특별한 사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외면해왔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보게 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편안하기보다는 (반강제로) 솔직해지는 쪽에 더 가까웠다. 마음이 따뜻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벼려졌다.읽고 나면 무언가가 해결되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펴보지 못했던 마음의 주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조금은 덜 숨게 된다. 나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