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책을 덮으면 다시 펼치는 일이 드물었던 청소년 시절, 『달의 궁전』에 깊이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책 모서리가 닳고 둥글어질 만큼 반복해 읽었던 그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마지막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고 나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일상의 결을 따라 조용히 스며든다. 그래서인지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작가가 남긴 마지막 편지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상실을 다루면서도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요약하자면, “그는 그 뒤로 오랫동안 그 느낌을 기억했다는 것, 그 느낌을 간직하고 다녔다는 것은 기억나지만 그걸 느꼈던 그 장소의 세세한 특징은 머릿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가 지금 그 장소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사실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라는 문장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 책은 상실을 지나, 다시 살아가는 자리로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