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의 원제는 Divina Commedia(신성한 희곡)이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희곡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명화가 '신곡'을 읽는데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신곡'의 거의 모든 장면을 명화를 배치하여 책으로 역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신곡'의 문학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명화를 보며 신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신곡을 압축하여 쉽게 풀어쓰다보니, 시적인 아름다움을 살리지는 못했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읽고 흥미를 느껴서 완역본을 읽을 용기를 얻는다면 이 책은 좋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9살 소년시절, 동갑네기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18살때 다시 만났으나, 그녀는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었다. 그리고 24살의 아리따운 나이에 천국으로 갔다. 그 아련한 사랑의 감정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뇌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지울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베아트리체를 단테 알리기에리는 문학의 뮤즈로 부활시켰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받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온다. 천국에서 그는 그리도 사랑하던 베이트리체를 만난다. 그러나,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지 쉽게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하지만, 결국 그녀와 작별인사도, 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도 나누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낸다.
어린시절, 학교 사택에 살던 선생님의 딸을 짝사랑했던 나의 추억을 떠올리며 단테 알리기에리의 감정을 이해했다. 초라한 나의 모습에 비해서, 나의 짝사랑, 그 소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일부러 그 소녀에게는 못되게 굴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이사갈때도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털어 놓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어린시절 짝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끝났다면, 구준엽과 서예원의 사랑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클론의 맴버인 구준엽은 대만에서 만난 서예원과 사랑했다. 그러나, 둘은 헤어졌고 서예원은 중국 사업가와 결혼했다. 서예원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준엽은 다시 연락을 했다. 서예원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 서예원은 그런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구준엽과 서예원은 결혼을 했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 여행중 서예원은 재가 되어 대만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무덤을 구준엽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단테 알리기에리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은 나의 짝사랑과 구준엽과 서예원의 사랑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아련한 사랑의 아픔을 단테 알리기에리는 '신곡'으로 승화시켰다. 이탈리아인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우는 이탈리아의 대표 문학작품이자, 인류 문학작품을 베아트리체가 뮤즈가 되어 단테 알리기에리가 탄생시킨 것이다. 아마, 구준엽도 자신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테 알리기에리가 했던 것 처럼, 예술로 서예원과의 사랑을 승화시켜야할 것 같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 마냥 읽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으나, 철저한 기독교 세계관과 신에 대한 맹목적 찬양일색의 내용은 강한 거부감을 자아냈다. 그중에서 제1옥 림보에 있는 인물들은 지옥에 있을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왜? 지옥에 있을까?
"비록 세상에서 훌륭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창조주 하느님을 믿거나 숭배하지 않던자들은 천국에 계신 하느님을 대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네"-27쪽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기독교가 있기 있전에 존재했다는 이유로, 기독교가 전파되지 않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지옥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선자, 아첨꾼, 성직 매매자 등의 사악한 자들이 모여있는 지옥의 제8옥에 마호메트가 있다고 단테는 말하고 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그를 '세상에 사는 동안 불화와 분열의 씨앗을 뿌린자'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단테에게 마호메트는 자신의 찢어진 가슴을 활짝 열어보이기까지 했다. '신곡'은 철저한 서양의 크리스트교 중심의 문학작품이다.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큰 분노를 할까?
단테의 '신곡'은 중세 유럽의 기독교 내세관을 종합한 작품이다. 지옥은 9옥으로, 연옥은 7권역으로, 천국은 첫째 하늘 월성천에서 아홉째 하늘 원동천으로 나누어 있으며, 그곳에 단테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서 부터 고대의 유명한 정치인, 철학자, 예술가를 등장시켰다. 특히, 연옥은 중세 기독교인들이 창조해낸 개념이다. 지옥과 천국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그들은 연옥이라는 개념을 창조해냈다. 단테는 그 연옥을 '신곡'에서 완벽하게 형상화해냈다. 그러하기에 비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신곡'의 내세관에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이 책에 배치된 명화와 어린시절 나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아니었다면 책을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