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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 한도신 기록
  • 15,000원 (750)
  • 2016-10-07
  • : 257

 '격랑의 역사를 헤쳐온 여성독립운동가 한도신 회상기'라는 부제보다는 격동하는 한국근현대사를 살아온 한여성의 이야기라는 생각이든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라며 출간한 책이지만, 독립운동가라는 특수성보다는 한여성의 삶이라는 보편성이 나의 가슴에 와닿았다. 


 이책의 화자인 한도신은 열여덜살이 되던해에 자신보다 3살 어린 김예진이라는 소년과 약혼을 한다. 졸업식날 김예진은 자신의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한도신 앞에 나타난다. 멀리서 눈빛을 주고 받은 소년은 평양으로 돌아가다가 숭실하고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자전거에서 내려 인사를 드리려다가 넘어져서 앞니를 부러뜨렸다. 한도신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신랑될 김예진의 금니를 해준다. 금니로 이어진 두사람의 애틋한 사랑은 독립운동가 남편을 둔, 아내의 파란만장한 삶을 거쳐, 6자녀를 혼자의 힘으로 길러내야하는 강인한 어머니의 삶으로, 6.25 전쟁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삶으로 이어졌다. 인민군에게 학살당한 남편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장정 2명을 돈주고 사서 땅을 헤쳤다. 장정 2명이 더는 못한다고 투덜거렸고, 남편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시신을 헤집는 한도신을 사람들은 미친여자라 했다. 남편의 금니를 찾으면 남편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의 금니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애틋한 한여인의 삶이다. 그리고 그당시를 살았던 수많은 우리 여성의 삶이었다. 그렇다고 한도신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특파원에게 아집트를 제공해주었으며, 임시정부의 격문을 집집마다 뿌렸다. 또한, 남편이 독립운동을 할때, 가정을 지키며 남편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상하이로 건너가서는 독립운동가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정의 도움 없이는 남편이 밖에서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에는 자신의 모든 삶이 솔직하게 적혀있다. 특히, 남편의 바람핀 것도 자세히 썼다. 물론, 남편 김예진은 병원에서 자신을 돌보던 간호사와 육체적 관계로 까지는 가지 않았다. 한도신이 남편의 바람을 알면서도 이를 삭이며 성경구절을 되뇌이며 남편과 간호사를 선의로 대했고, 결국 남편과 간호사는 헤어졌다. 사실 그 은심이라는 간호사는 여러남자를 후리면서 돈을 뜯어내는 팜무파탈이었다. 남편 김예진이 대단한 것은 같은 실수를 두번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속옷차림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온 여성을 혼을 내서 쫓아낸 일화는 독립운동가로서, 신앙인으로서, 한여성의 남편으로서의 신의를 지킨 일이었다. 


  '꽃갓은 옛날 피압흔 니야기'를 단순에 읽어 내려갔다. 생생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에 깊은 파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한도신을 생각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독립운동가 후손 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한도신은 집안의 살림살이를 팔아가면서 6자녀 중에서 4자녀를 대학교까지 교육시켰다. 독립운동가의 핏줄은 이어가야하며, 많은 돈을 물려줄 수는 없으나,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을 물려주겠다며 교육을 시켰다. 1963년 서울시로부터 받은 모범어머니상은 그 어떤 상보다도 그녀를 돋보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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