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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박제가
  • 임용한
  • 17,100원 (10%950)
  • 2023-07-15
  • : 844

  상식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저자 임용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은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우처주는 역사학자이다.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서 그를 만났다. 그의 탁월한 식견에 감탄할때가 많았다. 그의 책 '시대를 앞서간 통찰 박제가'라는 책도 그의 탁견을 듣고 싶어서 꺼내들었다. 그는 나에게 어떤 혜안을 선사할까?


  저자 임용한이 나에게 준 첫번째 혜안은 깊고 넓게 생각하고 탐구하라는 것이다. 흔히 가난한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로 알려진 일화들이 당시 상황을 깊고 넓게 이해하고 나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덕무가 겨울에 너무 추워 잠에서 깨어났는데, 입김에 젖은 이불이 얼었을 정도의 매서운 추위로 얼어죽을 위기에 처혔다. 그때 이덕무는 책을 이불위에 덮어 이 위기를 넘긴다. 또한 벽이 갈라져 황소바람이 들어오자, 책을 갈라진 틈 사이에 넣어 매서운 황소바람을 막았다. 쌀이 떨어지자 이덕무는 '맹자'를 팔아 밥해먹고, 유득공은 '좌씨전'을 팔아 술을 사서 친구와 나눠 마셨다. 가슴 아픈 가난한 선비의 이야기로 이해되지 않는가? 정민교수의 '미쳐야미친다'라는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일고 가슴 아팟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저자 임용한은 반론을 제기한다. 조선시대의 생산력을 고려할 때 그들은 가난한 선비가 아니었다고 한다. 중농억상정책으로 인해서 상공업이 발전하지 않았으며, 농업생산력도 낮았기 때문에 하루 세끼를 모두 먹는 것은 궁궐의 관리나 최고 부자들 밖에 없었다. 도로와 수레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물자의 유통이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물자의 부족에 시달렸다. 온돌이 조선후기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인구 20만이 넘는 수도 한양주변의 산은 민둥산이 되었다. 이덕무도 극빈층이라기 보다는 상층에 해당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이라는 것이 당시에는 고가품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산력이 낮고 물자 유통이 잘되지 않아 출세해도 가난을 떨쳐낼 수 없었던 조선의 상황을 이해하자, 단편적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넓고 깊게 배워라'라고 충고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의 단편적 사실을 판단하면 당시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편견을 얻게 된다. 과거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얕은 지식이 편견을 더 단단하게 할 뿐이다. 

  임용한이 나에게 준 두번째 혜안은 모두의 상식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청나라를 원수의 나라로 기억한다. 정묘호란, 병자호란의 치욕을 떠올리며 남한 산성에서 추위에 떨었던 조선 병사를 상상한다. 포로로 끌려가는 조선 백성의 울부짖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저자 임용한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조선이 국부의 증진을 도외시하고 국방비조차 댈수 없는 가난한 농본주의에 안주하며 태평하게 살았던 것은 청나라로 인해 중국과 만주가 안정되었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의 불간섭주의로 조선이 전쟁의 걱정을 잊고 살수 있었던 탓이다. 조선은 청나라라는 그렇게 무시하고 비웃었지만 사실은 청제국이 제공한 평화의 최대 수혜자였다."-317쪽


  고구려 제국의 후예가 어찌하여 스스로의 국방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까?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고서도 소중화를 외치며 북벌을 울부짖는 조선왕조의 정신승리가 가련하다. 그런데, 문약한 조선왕조가 병자호란 이후 200여년 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이 오랑캐라 멸시했던 청나라의 평화덕분이었다. 청에게 치욕을 당하고 많은 조공품을 바쳐야했던 조선을 상상했던 나에게 그것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임용한은 깨우쳐주었다. 청제국의 평화가 없었다면 가난한 조선은 존속할 수 있었을까? 성리학에 심취하여 농본억상정책을 추진한 댓가는 모든 백성의 절대 빈곤화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외부의 침략을 물리칠 수 없을 정도의 군사력을 가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정도 군사력을 지탱할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성리학자들은 오히려 청제국의 평화를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시대를 앞서 간 통찰 박제가'를 덮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지식의 깊이를 더 깊고 넓게하고, 나의 편견을 벗어 던지게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책을 읽은 후의 기쁨이 깊어졌다. 내가 알고 있었던 조선에 대한 상식이 사실은 편견이었다는 진실을 마주했을때 더 넓은 역사의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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