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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15,120원 (10%840)
  • 2021-09-09
  • : 924,080

  역사다큐멘터리나 역사책은돌직구를 날리며 진실을 묻고 파헤친다. 그러나, 소설은 진실에 돌직구를 날리기 보다는 에둘러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진실을 마주하게한다.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마주하는 진실은 역사책의 돌직구에 익숙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내러티브이다. 

  작가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4.3의 진실을 말한다. 역사를 가르치며, 역사 다큐를 통해서, 역사 책을 통해서 수없이 공부했던 4.3을 소설의 형식으로 마주했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새를 매게로해서 작가가 제주도에 있는 친구의 집으로 가는 여정을, 2부는 친구의 혼을 만나서 4.3의 진실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의 형식이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역사의 문법과 너무도 달랐다. 때로는 당혹감도 들었다. 역사적 진실을 바로 파헤치지 않았다. 제주도에 있는 친구의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도 길고 험난했다. 이것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가 걸어야하는 고통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2부에서는 친구의 혼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혼이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며 4.3의 고통, 보도연맹학살사건을 말한다. 21세기 첨단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오컬트적인 소설의 장치가 생경했다. 현대 문학에서 오컬트적인 기법이 자주 사용되는지 의문이들었다. 오컬트적인 기법이 역사의 진실을 독자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지 의문이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화두가 되었다. 

 작가 한강은 왜? 친구의 혼을 통해서 4.3의 진실을 말하려했을까? 과거의 진실을 직접 말하지 않고 혼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품은 화두의 실마리를 한강의 강연에서 찾았다. 작가 한강이 우리는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했다. 우리는 하나이지만 둘로 나뉘어져있다. 원래 하나이기에 둘은 서로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인선의 몸과 혼이 하나이지만 나뉘어졌다. 그러나 둘은 본래 하나이기에 '금실'실로 연결되어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4.3과 보도연맹학살 사건은 과거의 아픈 역사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역사위에 살고 있다. 우리 역사는 하나이기에 과거 학살의 역사와 우리는 역사라는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둘이지만 하나일수밖에 없는 우리!! 그런데 우리는 과거를 알지 못한다. 나의 일부이지만 내가 나의 일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분열된 내가 나의 반쪽에게 이를 알려야하지 않을까?

  친구 인선의 몸은 현재를 뜻하고, 인선의 혼은 과거를 뜻한다. 둘은 하나의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4.3을 비롯한 보도연맹학살 사건과 같은 무수한 비극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 인선의 혼이 무지한 우리에게 비극의 역사를 안내한다. 진실을 마주하게한다. 그 비극을 마주하고, 과거의 진실과 작별하지 않을때 우리는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큰 화두를 품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우리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해야하는 것은 산자가 죽은자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했던 수많은 시민과 군인들이 12.3 내란 사건때, 국회로 달려갔다. 광주의 비극을 기억했던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했다. 4.3과 보도연맹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진실과 마주해야하는 이유는, 그 진실을 마주할때만이 반복될 수 있는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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