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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전쟁 이후의 세계
  • 박노자
  • 18,000원 (10%1,000)
  • 2024-02-20
  • : 1,411

 박노자를 처음 알았을때, 그가 주었던 독특한 시선이 좋았다. 그를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신선함을 많이 떨어졌다. 새우깡처럼 언제나 맛보는 그 맛을 무심코 집어드는 것이 박노자의 책이다. '전쟁 이후의 세계'도 그래서 집어들었다. 박노자는 사회주의자이다. 그의 사상적 뿌리는 사회주의가 맞다. 세상을 계급투쟁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군사문화에 대한 적개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분노를 느낀다. 그렇다면, 박노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박노자는 소련출신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애틋함을 없어보인다. 소련시절에 대한 추억은 있으나, 푸틴 시절의 독재에 대한 반감은 커다래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살펴보는 측면에서도 여실히드러난다. 


  "미국은 2021년 여름부터 여러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말것을 수차례 설득하고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이지요. (중략) 약간의 힘의 공백이 보이자마자 그들이 바로 그 공백을 메우려고 앞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지요."-118쪽


 박노자는 미국의 패권이 기울고 있는힘의 공백상태를 이용해서 러시아사 그 빈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영토확장의 야욕을 채우고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패권의 관점에서 세계 정세를 설명하는 박노자의 분석이 틀리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한면도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박노자의 설명은 일부만을 설명할뿐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박노자 분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러시아의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스크 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우크라이나이다. 러시아가 만약 영토의 야욕이 있었다면 그 때를 이용했을 것이다. 나토의 동진을 용납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미국과 유럽이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박노자는 무시하고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서진을 두려워할때, 러시아는 유럽의 동진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사람이다.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유럽의 이 입장을 바꾸어서, 유럽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한다. 

  우크라이나에 의해서 유출된 기밀정보에 따르면 전쟁은 1달만에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은 것은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다.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에게 유럽이 뒤에 있으니 우리를 믿고 러시아와 전쟁을 하도록 부추겼다. 어리석은 젤렌스키는 유럽을 믿고 평화협정을 뒤집고 전쟁을 계속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자원은 너무도 줄었다. 젊은이가 없어 우크라이나가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의 선봉에 서게해서 러시아의 힘을 빼고 싶었다. 이 덧에 어리석은 젤렌스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인은 걸려들었다. 

  사회주의자 박노자는 '서방과 중국 사이 디커플링'이 서방 각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재공업화를 요구하여 산업 노동자계층이 다시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좌익의 대중적 기반이 확장될 것이라 희망스런 전망을 했다.(256쪽) 박노자의 견해를 읽는 순간, 허망함이 밀려왔다.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의 발전이 산업노동자의 증가를 억제시킬 것이라는 것을 박노자는 못보고 있는 것인가? '계급투쟁'은 바랄 수 없다. 박노자가 그토록 바라는 '기후정의 투쟁'도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를 사기극이라고 매도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것이며, 유럽 각국도 탈탄소 노력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현실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노자의 희망회로는 변화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박노자는 완벽한 한국인이 아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그의 국적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아니다. 그가 대중강연에서 말했듯이, 국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바꿀수도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뿌리박은 우리에게는 조국은 바꿀 수 있는 것이아니다. 2천년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유대인출신의 박노자에게 조국은 그리 애틋한 것이 아닌가 보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주변부 콤플래스'를 설명한 그의 글이다. 


  "이런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하국 납세자들의 '돈'이 조금 아까웠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 교과서에 실린 러시아 관련 서술에 하등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ㄱ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니다. (중략)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의 경우 한국 교과서에 실린 해당 국가에 대한 서술을 두고 누가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례가 있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당시에도 그에 대한 연구 및 정정 요구 듣의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갔고, 지금도 그런 쪽으로 예산이 계속나가는 것으로 압니다. 당시 저는 그런 분야에 예사을 쓰게 만드는 것이 어떤 '트라우마'나 집단적 '콤플렉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사회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159~160쪽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박노자의 주장 강자의 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강자라면, 강대국이라면 주변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국의 트럼프 처럼 미국의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약소국이다.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상대해야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행동을 기민하게 살펴 미래에 대비해야한다. 

 특히, 교과서는 그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나라에서 교과서는 한국에 대한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다. 그래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종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엘리스 루즈벨트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을 알 것이다. 이미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일본과 가스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미국이 필리핀을 집어 삼키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고종은 미국 대통령 딸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희망을 품었다. 대한제국을 격멸하며 다녀갔던 엘리스 루즈벨트가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만국 평화회의에 갔던 이준열사가 세계 열강에게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할때, 유럽인들에 대한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박노자는 '주변부 콤플렉스'라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약소국 생존전략'이라 말하고 싶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은 세계 초강대국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 초강대국을 상대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을 키워야한다. 그 밑바탕은 바로 외국 교과서를 바로잡는 것 부터 시작되어야한다.

 대한민국 국적의 박노자는 한반도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비판을 한다. 


  "미국 처럼 대한민국 역시 합법적인 반전운동이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한 사회이지만, 리버럴 정권이던 문재인 정부하에서의 국방예산 폭주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조차 그다지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251쪽


  남북한의 대립, 더 나아가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튼튼한 군사력을 가져야한다.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 뼈아픈 고통의 역사를 감내해야했던 우리로서는 다시는 타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나라를 건설해야한다. 타국을 침략할 정도의 군사력을 갖기 보다는, 타국이 침략할때 만만치 않은 피해를 얻을 수 있다는 공포를 줄 수 있는 고슴도치와 같은 군사력이 필요하다. 박노자라는 이상주의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무시한다. 박노자의 충고가 군자는 전쟁을 할때도 예의를 지킨다며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와서 전열을 정비할때까지 기다리는 어리석음이 아니길 바란다. 송양지인 (宋 襄 之 仁), 송나라 군주는 전쟁에 패배하여 자신의 목숨만 잃었지만, 대한민국의 패비는 5천만 민중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노자는 이를 명심하길 바란다.    


  박노자의 책을 읽으면 새로운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참신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에 대한 박노자의 분석은 참신했다. 


  "배급제/기초적 복지제도와 초강력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으로 무장한 국가는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도 그리 쉽게 내파되지 않습니다."-57쪽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은 지금 북한에 대입할 수 있다. 북한에서 배급제는 무너졌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내파시점은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질 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박노자가 제시한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을 한반도에 적용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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