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이 무너지고 나서 먼지처럼 그 흔적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그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분투했다. 그 한사람이 바로 티무르 제국을 건설한 아미르 티무르와 무굴제국을 건설한 바부르이다. 무굴 제국에 대해서는 인도관련 서적을 통해서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역사에 관한 책들이 너무도 적기에 아미르 티무르에 대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성동기 교수의 '아미르 티무르'라는 책을 본 순간 너무도 반가웠다.
이 책은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절름발이 티무르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들이 술술 읽혔다. 아미르 티무르 정도라면 600쪽 정도의 벽돌책을 써야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성동기 교수는 300쪽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을 펴냈다.
이 얇은 책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대륙을 공포에 떨도록 만든 아무르 티무르가 절름발이라는 사실이다. 보통의 영웅이 자신의 약점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아미르 티무르는 자신이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칭기스칸의 후예 답게 고난에 굴하지 않고 사막을 달리며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한편의 장엄한 인간 승리 드라마였다.
아미르 티무르는 잔인한 학살자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성기동 교수는 그가 실크로드를 재건하고 올로제니아라는 아미르 티무르법전을 편찬하의 통치의 기초를 만들었으며, 오아시스 크레센트라 불리는 중세 최대의 메트로폴리탄을 건설하고, 아름다운 사마르칸트를 건설했다고 칭송한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그는 두려운 학살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몽골인이나 우즈베키스탄인으로서는 위대한 정복군주일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서구의 시각에 익숙해져있기에 외눈박이 역사인식을 갖을 수밖에 없었다. 아미르 티무르의 또다른면을 우리는 볼 수 있어야한다.
이책에 아쉬운 점도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아미르 티무르의 전략을 계승하여 영국을 경영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미르 티무르의 전략을 여왕은 다른 무엇보다 사랑하였던 것이다."(32쪽)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아미르 티무르의 전략을 어떻게 여왕이 계승하고 영국을 경영했는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개정판을 낼때 반드시 보강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미르 티무르는 33세에 처음 원정을 떠나기 시작하여 67세에 떠난 원정길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초라하게 죽는 것 보다 전사는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칭기스칸의 위업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서 명나라 원정을 떠났으나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미르 티무르를 떠나 보내면서 책장을 덮는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를 공부할 때, 그를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