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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경제학 콘서트 1
  • 팀 하포드
  • 17,100원 (10%950)
  • 2022-12-31
  • : 5,734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자본주의를 경멸하는 사람이 많다. 강신주라는 철학자는 대중강연에서 '인문학자라면 자본주의자일 수 없다.'라는 말까지 했다. 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사회보다는 인본주의에 입각한 따뜻한 사회를 가슴속에 품으며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시작하더니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도 종말을 고했다. 자본주의의 맹주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을 쓰면서 최후의 승자는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단언했다. 

  어쩌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알아야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사회의 물질만능주의는 극에 달했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모른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정치 경제' 과목의 얇팍한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경제학 서적을 골랐다. '경제학 콘서트'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경제학자가 팀 하포드는 현실을 단순 명쾌하게 경제학의 시각으로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너무도 단순화 시켰다는 인상을 주기도한다.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비싼 이유를 팀 하포드는 매장의 위치 때문이라 말한다.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잔에 그토록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것은 커피나 직원들의 질이 아니라 오로지 매장의 위치 때문이다."-18쪽


  스타벅스가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매장의 위치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일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스타벅스'라는 이름값을 무시할 수 없다. 그밖에 다양한 이유가 스타벅스가 파는 한잔의 커피 값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한 설명이 주는 명쾌함 뒤에는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나의 찝찝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실을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기에 명쾌하지 못한 설명이 있는 반면, 경제학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명쾌하게 설명되는 문제도 있다. 한때 진보적 시각을 가졌던 유럽인들이 최근 선거에서 극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극우로의 회귀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팀 하포드는 노동계층의 이민반대 주장을 인종 차별이라 비난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이다."(-46쪽)라고 말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이상을 믿고 현실을 헤쳐나가는 존재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상을 꺽는다. 이상만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들을 변절자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리고 편견과 불신을 싹틔운다. 먹고사는 것이 절대로 중요한 일반 대중에게 이민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자고, 당신의 일자리를 나눠주자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게 들릴까? 현실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상은 실현될 수 없다. 오혀려 불신과 대립만이 가속화될 뿐이다. 우린,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가 있는가?

  팀 하포드는 지금 우리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설명을 한다. 현재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팀 하포드는 어떠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조지 버나드쇼가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한 음모단'이라고 칭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44쪽


  이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현재 의대 정원을 둘러싼 대 혼란은 의사들이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가상의 그린밸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아닐까? 문재인 정권시기 의대정원을 늘리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방 사람들을 위한 의료 정책을 추진하려했던 것을 의사들과 의대생의 반발로 접어야했다. 이제는 2천명 의대 정원 확대 라는 정부의 정책에 의사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들에게서 '가상의 그린밸트'를 버리기 싫은 처절한 투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2006년 출판된 '경제학 콘서트'를 팀 하포드가 다시 쓴다면 반드시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다. 팀 하포드는 어떤 기업도 완벽하게 효율적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객 정보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는 현실에서 기업이 고객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중국은 축구장 안에 있는 지명수배범을 단5분만에 안면인식기술로 찾아내지 않았던가! 팀 하포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기술이 현실화 된다면 그날은 소비자에게 행복한 날일까? 인류에게 불행한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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