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와 쓰지 않기
leeso1010 2022/11/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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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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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2-11-01
: 873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윤진 옮김
낯선 작가의 소설을 읽는 일에는 얼마 정도의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그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되도록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라는 긴 이름, 세네갈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글을 쓰는 젊은 작가. 2021년 공쿠르상의 아우라, 책의 두께, 그 모든 것들이 신선했고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의 상태다. 독자들에게 작가의 이름과 지역, 명성은 첫 문장을 읽고 나서는 대부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책의 문장과 내용만이 그것들을 다 무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매혹이든 절망이든지 말이다.
사실 독서의 성공 여부는 처음 몇 장에서 결정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내게 처음 몇 장부터 좋았다. 그리고 그건 마지막까지 그랬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 소설이 T.C 엘리만이라는 작가의 소설과 인물에 대한 추적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문장에 시선을 빼앗기게 됐다. 그건 번역의 힘이기도 했다.
“이렇게 저녁 내내 책 이야기를 하고 문단 사람들에 대해, 좁아터진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간 희극에 대해 토론한다는 건 충분히 의심스럽고 불건전하고 지겨운, 게다가 처량한 일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작가들이 문학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어?”
이 소설의 문장은 정확하고 진실하고 재미있고 심지어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과 상태를 선명하게 알게 해주는 깨달음의 문장을 쓴다. 그런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문학과 문학판, 문학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진실은 나를 일어나게 했고 문학에 대한 질문들은 연필을 가져와 밑줄을 긋게 했다.
그렇게 한 인간(엘리만)을 중심에 두고 그가 쓴 책, 여러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미로처럼 이어졌다. 그곳에는 문학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인종, 전쟁과 개인의 비극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서사도 함께였다. 문학에서 표절의 문제. 식민지 흑인 지식인의 삶과 그들의 신화들이 함께 뒤섞인 이 책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마 그건 읽어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시간은 우리의 상처가 유일하다는 환상을 없앤다. 우리의 상처는 유일하지 않다. 그 어떤 상처도 유일하지 않다. 인간적인 그 어떤 것도 유일하지 않다. 시간과 함께 세상 모든 것이 끔찍하리만큼 진부해진다. 우리는 그런 막다른 길에 놓여있다. 하지만 문학은 바로 그런 막다른 길에서 태어날 기회를 얻는다.”
우리에게 오는 책은 이 세상 모든 책의 대변이자 표절이자 그 이상, 그리고 언제나 실패라는 생각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그 중간쯤에서 한다. ‘절대 책’에 대한 목마름을 이 책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적어도 오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지금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적어도 문학의 실패나 실망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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