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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님의 서재
  • 아스라한 해바라기 밭
  • 리쥐안
  • 13,500원 (10%750)
  • 2020-11-25
  • : 146

책 이야기보다 먼저 여행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여행지는 앙코르유적지였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다른 찬란하고 위대한 유적을 지닌 곳들을 제치고 이곳을 꼽는 이유는 거기서 맛보았던 내 감정의 강렬함 때문이다.

앙코르와트를 다녀온 다음날 따가운 햇살이 좀 잦아진 저녁 무렵, 뚝뚝이를 타고 따프 롬 사원으로 향했다. 앙코르와트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갑자기 크메르제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착각에 빠졌다. 스펑나무와 한 몸이 된 따프 롬 사원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었다. 시간여행자가 되었던 묘한 느낌의 여운은 아주 오래 계속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툼 레이더와 화양연화 등 앙코르유적지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또 보았으니 말이다.

 

<아스라한 해바라기 밭>을 읽으면서 앙코르유적지에서 느꼈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분을 또 맛보았다. 세상과 단절된 고비 사막에서의 삶을 읽으며 나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는 원시 문명 속으로 들어갔다. 수필이라서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잠이 들면 다시 현재로 돌아가 버릴까 봐 한밤중에도 자리에 눕지 못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

나는 원시문명시대 사람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일하고, 본능적으로 짝을 짓고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행위만 있고, 사고하지 않는 단순하고 동물적인 삶 말이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척박한 생활환경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 여겼던 거다.

그런데 세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어쩌면 그리도 많은 신선하고 따뜻한 말을 많이 쏟아냈는지, <아스라한 해바라기 밭>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책에는 촘촘히 포스트잇이 꽂혀 있었다. 책을 신주단지처럼 다루는 나는 절대 책에 줄을 긋거나 하이라이트를 치지 않는다. 대신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는 곳에 포스트잇을 붙인다.

 

리쥐안의 글은 당대 중국 최고의 순수미를 구현한 작품이라는 칭송을 받는다고 한다. 그 순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서 번역했을 김혜경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한동안 고비사막의 영상을 찾아보며 포스트잇을 붙인 곳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다시 감동하는 즐거움을 만끽 해야겠다. 중국이 싫어서 중국 땅을 밟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에 고비사막을 찾아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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