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 / 출판사: 미래인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모토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라고 한다. 그리고, 다카노 히데유키는 '엔터테이먼트 논픽션'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는데,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는 논픽션을 뜻한다고 한다.
즉, ‘8할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2할의 픽션’을 더해 재미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인생의 순간순간을 톡톡 튀는 재치로 포착하고 유머로 위기를 극복하는 작가의 독특한 매력이 흠뻑 배어 있다고 한다. 처음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읽었을 때엔
사실 거의 모든게 픽션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고,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읽었을 때엔, 100%로 논픽션이 아닐까 생각
했었는데, 8할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2할의 픽션을 더했다니, 그래서 더 재밌고 유쾌하고, 그만의 매력이 흠뻑 베어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읽은 다카노의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는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난 후 여지껏 계속
기다려왔던 작품이였다. 사실, <와세다 1.5평 청춘기>에서 다카노나 그의 친구들은 정말 별나고 유쾌한 사람들이였기에, 그의
작품은 어떤 것이든 재밌을 거란 생각에 어떤 책이든지 빨리 출간되기만을 바랬지만, 막상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읽
고보니, 전에 읽은 <와세다 1.5평 청춘기>에서 읽었을 때 등장한 사람들이나 장면들이 나와 반갑기도 하고, 동감되는 부분도
여럿 있어 더 재밌게 읽혔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대학 탐험부 시절 콩고의 밀림지역으로 미스터리 동물 무벤베를 찾으러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환상의 괴수 무벤베를 쫓아서>란 책이 더 기다려지게 됐다.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는 도쿄에 방문한 9명의 외국인 친구가 등장한다.
첫 이야기는 '일본에서 인도인처럼 사는 프랑스인'인데, 동양의 신비를 찾으려는 무도에 푹 빠진 실비아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지은이는 아프리카 콩고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배워야만 해서, 지하철에서 만난 그녀에게 한시간에 3000엔이라는
거금을 내고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아무리 프랑스어를 배워야만 했다지만,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떻게 프
랑스어를 가르쳐달라고 할 수 있었을까? 첫이야기부터 그가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영어공부를 배웠는데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일본에서도 그렇다라거나,
외국인들이 자국어를 제외하고는 외국어는 전혀못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고, 일본인에게는 대학까지 나왔음에도 영어를
못한다고 투덜대고 흉을 보는 주제에 자기들은 일본어를 한마디도 외우려고 하지않는다.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선택받은 사람의 황홀과 불안, 나에게 있으리' 아는 프로레슬러의 말을 소개하고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 본 적이 있다.
"선택을 받았느냐 아니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황홀이라든지
불안 같은게 있지 않을까?" -p. 29 -
두번째 이야기는 '콩고에서 사랑을 담아'편인데, 탐험부 동료들과 콩고로 미확인 생물체를 찾으러 가기로 하고 아프리카 콩고의
하류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용어인 링갈라어를 배우기 위해서 만난 콩고인과 자이르인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유학하는 최초의 콩고인이라는 그는 같은 대학생인데도 별세계사람처럼 느껴졌다는그는 지은이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이후로도 깊은 인연이 되어, 지은이가 여행을 갈때마다 물건을 가족들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제레미 결혼식날 친구대표로 축사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동가라의 형의 소설로 졸업과 취직까지 했으니, 과연 대단한 인연인 거 같다.
그리고 자이르 대사관 직원의 아들인 윌리엄 사이디는 일본의 마이클 잭슨이 된다며, 한때는 정말로 가수가 되어 자동차 회사의
캠페인으로 일본 각지를 순회했다지만, 정말 그 이후로 어떻게 됐을지 정말 궁금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스페인어로 '연애의 자연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편으로 남미아마존에 가기위해 그리고 연애의 자연소멸을
막기 위해 실비아를 만나 스페인어를 배웠지만, 결국 연애는 자연소멸로 끝나버린 안타까운 내용이였으며, 네번째 이야기는
' 봄바다 같은 동가라 아저씨'편인 동가라의 형인 엠마누엘 동가라씨가 대표작인 <세계가 태어난 아침>이라는 소설때문에 일본으로 왔을 때의 이야기를 담았고, 다섯번째는 '101번째 우에키 가문 페루인인 우에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인데, 사실은 일본계 페루인이 아니라, 페루의 악덕 알선업자에게 걸려 위조문서를 만들어 일본에 왔지만, 취업비자를 만들지 못해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에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다섯번째 이야기, 다롄에서 온 도라에몽은 부제를 읽은 후로는 책을 읽는 내내 루다후씨 모습 대신, 해비메탈 스타일로 차려입은 도라에몽부터 마지막 여자친구와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사라지는 도라에몽이 계속 상상되서 더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일곱번째에서는 미국이 싫다면서 맥도날드 햄버거와 콜라에는 사족을 못 쓰는 곰같은 남자, 이라크사람인 알리의 이야기를, 여덟번째에서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유학생이며, 맹인이지만 열광적인 프로야구 팬인 마후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학교 영어선생님께서 길가다가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꼭 시간이라도 한번 물어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친구랑
서울에 갔다가 외국인이 지나가길래 무턱대로 "what time is it?"하고 물어봤다가, 외국인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시간은 안
알려주고 혼자서 뭐라 말하길래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외국인이 한국말로 영어배우려고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창피해서 혼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꼭 영어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외국인하고 멋지게 대화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이후로는 영어는 괴로운 과목으로 바뀌어버렸다. 그 이후로도 영어를 열심히!라고 했지만 별로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어 하나도 배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탐험을 하러 갈때마다 새로운 외국인을 찾아 계속해서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그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멋져보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면서 신선하기도
했고, 안타깝고 약간은 씁쓸한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