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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roj님의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멋진 토끼
  • 김서율
  • 11,700원 (10%650)
  • 2021-02-10
  • : 99
세상에서 가장 멋진 토끼

“혹시 그늘 때는 방법을 알고 있니?”
노을은 고개를 저었어요, 별이는 금새 시무룩해졌지요.
“하지만 네가 그늘을 뗄 수 있도록 도와 줄게.”

언제부터 왜 그늘을 짊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토끼 별이는 자신의 그늘을 벗어던지고 싶어 아등바등 여러 노력을 시도해 보지만 그늘을 떼어내는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애써보아도 그늘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음을 안 별이는 가장 먼저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하지만 정작 엄마 아빠는 아이의 겉모습만 바라보며 어리어진 그늘을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며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그늘을 떼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별이의 행보를 조용히 뒤쫓아가게 되었다. ‘과연 어떻게 찾아내고 해결해 나갈까?’ 누가 별이의 그늘을 감지해 줄것인지... 단숨에 별이의 호흡을 쫓아 책장을 넘기고 넘기며 읽어나갔다.

읽는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며 미쳐 내가 바라봐 주지 못했던 내 아이들의 성장기가 머릿속에 별이 모습과 같이 스쳐 지나갔다. 소통이 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웃어 넘겨 버렸던 아이의 힘든 그늘은 많지 않았을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며 깊은 곳에 응어리진 그늘을 마주하고 아이 스스로 작은 그늘이라도 떼어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관심 어린 기다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며 글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울림이 가슴에서 생각속으로 전이되곤 했다.


별이처럼 스스로 자신의 그늘을 떼고 싶다고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떼어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살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자주 내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구하는 손길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제때 제대로 눈여겨 봐주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순간의 용기는 조금씩 더해지는 상실감 속에서 더 이상 발현되지 못한 채 그늘 속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게 되고 낮은 자존감으로 체화되어갈 것이다.

몸과 마음의 표현 또한 조금씩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어 나중에는 한없이 작아져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 또한 거부하게 되는 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되지 않을까?

그 그늘이 감정적으로 불편하여 스스로 벗어나고 싶어 아이 스스로 그늘을 떼어내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방법을 알지 못하여 방법을 찾고자 별이처럼 도움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거나 도움을 구할 시도를 하지 못하고 그 그늘 밑에 작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순간 작아져버린 것 같은 아이의 촉촉한 눈망울 속에서 자신의 힘겨운 내면을 비추는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면, 그 느낌을 그대로 따라가 보려고 노력해보아야 한다. 감춰져 보이지 않는 아이의 그늘 사이로 키를 낮춰 아이의 내면부터 지긋이 바라봐주는 작은 관심이야말로 서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시작점이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이다.

무엇인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몸짓은 아직 그 그늘 속에 갇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내면의 울림을 받아들이려는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며, 완전히 잠식되어 가지 않았다는, 늦지 않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신호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 주어야 좋을까?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이나 나의 개인적인 주관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멍들어버린 자아를 스스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기다림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별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누군가의 모습을 통해 그 대답을 가장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 그래 맞아...’ 하며 나도 저런 공감 위로 쉼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더없이 따뜻하고 부담 없이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그럼으로 나를 그대로 표현하고 바라볼 수 있었던..

한 순간에 주는 해결책이 아닌 느리지만 서서히 채워지는 따뜻한 공감과 마음 가득히 채워지는 안도를 느꼈다. 쉼 없이 자라고 성장하고 나이 들어가면서 겪게 될 수 많은 어려움 힘듬 좌절의 그늘 속에서 노을과 같은 이로부터 느껴지는 마음의 치유야 말로 나를 다시 곧추 세울 수 있는, 잠시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 누군가가 살포시 내어주는 어깨 너머의 노을 진 풍경 같은 작은 울림이 전해진다.

비단 어린 자녀와 부모사이 뿐만이 아닌 친구 동료 어른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책으로 따뜻한 마음의 여운이 오래오래 남겨질 책이다. 별이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그늘이 있던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 그대로 기다려주고 따뜻한 쉼의 어깨를 내어주던 노을과의 이별 또한 잘 받아들이며 내적 성장을 이뤄내는 별이의 이야기. 꼭 읽어 보길 추천 드린다. 나와, 내 아이와, 나와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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