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관계를 명료하게 구분하고, 사랑은 경험이고 관계는 (마음과 함께) 사랑이 발견하는 매개라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랑은 감정적 과정이다. 이 과정은 불확실한 사랑의 초창기의 특징을 이루는 광란과 절망으로 가득 찬 단계일 수도 있고, 함께 보낸 지 몇 년이 흐른 뒤 찾아오는 고요한 위안일 수도 있다. 관계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관계는 삶의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삶(또는 삶의 일부)의 이점을 함께 누리는 사회적 배치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랑을 찾는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관계를 찾고 있으며, 사랑과 함께 나타나는 감정적 트라우마로 인해 매우 불행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비하하기 위해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능력이 없거나“ 기꺼이 "사랑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편안하고 유익한 관계를 원하며, 사랑을 미처 경험하지 못했으면서도 종종 꽤 만족하고 흥분을 즐기면서도 욕망에서 가정으로 곧장 옮겨간다. 이들은 사랑이 요구하는 자기 변형과 트라우마를 원하지 않으며, 간혹 연애에 필요한 자기성찰적 고민에도 관심이 없다. .......연애보다 극적인 측면은 부족하더라도 괜찮은 결혼생활이 연애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연애 없는 섹스와 결혼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배웠으며, 실제로 "의미 있는 관계"는 "사랑에 기초한 관계"를 가리킨다. 그러나 존중, 상호 존중, 즐거움, 동료애, 훌륭하고 멋진 섹스와 대화, 신뢰, 정직, 친밀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반드시 사랑에 기초한 관계가 아닐 수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로버트 c. 솔로몬, 이명호 옮김, 오도스) P120~
멜은 얘기를 중단하고 술을 마셨다.
"당신들은 열여덟 달을 함께했고 서로 사랑하고 있지. 얼굴에 씌어 있어요. 사랑으로 광채가 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서로 만나기 전에 각자 다른 사람을 사랑했어. 당신들은 우리처럼 전에 결혼을 한 적이 있지. 그리고 그전에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을 수 있어. 테리와 나는 함께한 지 오 년이 되었고, 결혼한 지 사 년이 되었지. 그런데 끔찍한 건, 정말 끔찍한 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한 건데, 우리를 구원할 어떤 은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 만약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바로 내일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상대, 그러니까 다른 한쪽은 한동안 슬퍼하다가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곧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그러면 이 모든 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모든 사랑이 그냥 추억이 되겠지. 어쩌면 추억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내 말이 틀렸나? 근거가 없나? 내 말이 틀렸다면 바로잡아봐. 난 알고 싶어. 내 말은,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먼저 인정하는 바일세."
"멜, 맙소사."
테리가 말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취해요. 여보? 취했어요?”
"나는 그의 입 구멍에 귀를 대곤 했어. 그는 사고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눈 구멍을 통해 볼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절망했어. 그게 자기를 상심하게 한다고 했지. 상상할 수 있어? 그는 머리를 돌려 자기 마누라를 볼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던 거야."
멜은 테이블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말하려는 것 때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내 말은, 그 늙은이가 망할 놈의 마누라를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는 거야."
우리는 모두 멜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 알겠어?"
그가 말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레이먼드 카버, 정영문 옮김.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