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봤던 후루야 미노루 만화 <두더지>의 한 장면이다. “1억원 줄 테니까 똥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어요?” “5천만원에도 할 수 있어” “오오 반액으로~”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인간은 일터에서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오히려 타인에 대한 헌신 같은 다른 미덕을 몰아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열거하는 좋은 일의 특징은 의미와 목적의식, 재량권, 도전가능성, 다양성, 계발 기회 등이다. 인간이 일터에서 만족으로 얻을 때는 소명의식과 신념, 의미가 있을 때다. “저 사람은 돈만 보고 일해”라는 말에는 분명히 평가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일하기 싫어하고 돈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이데올로기는 일에 대한 노동자의 재량권을 줄이고 관리자의 통제를 강화한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일터는 노동자가 돈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작동하며 일이란 것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만든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자기충족적인 실현이다. 인간의 본성은 고정된 것으로 ‘발견’되기 보다 주변환경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발명’된다. 어떤 사회의 일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일은 원래 하기 싫은 것이고 인간은 돈만으로 움직이며 통제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라면 일터의 환경은 거기에 맞게 설계될 것이고 인간의 본성은 그러한 ‘믿음’대로 실현될 것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결국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게 되어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자못 비장한 70년대 느낌의 주장을 들으면 인간의 뇌(변연계, 신피질, 구피질 등) 가 수직통합되어 있다는 뇌과학 서적의 비유가 떠오른다. 욕망도 이렇게 수직통합되어 있는 거 아닐까. 마치 게임 스테이지 클리어하면 더 높은 빌런이 나오는 단계적 구성(의미같은 건 둘째치고 먹는 게 먼저야!) 이 아니고 의미추구와 단순한 생존욕구가 수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먹고사는 게 먼저지 무슨 의미 같은 배부를 소릴 하고 있어, 같은 주장은 그래서 넌센스다. 먹고사는 문제는 바로 의미추구의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TED북스 시리즈라는데 테드 강연 듣고 났을 때처럼 왠지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알찬 내용으로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전달하며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모든 일은 다양성, 복잡성,기술 계발, 발전이라는 요소를 포함하도록 구성될 수 있다”라고 낙관적으로 말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