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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런치>와 <퀴어>를 연이어 개봉한게 배급사의 기획은 아닐 텐데 결과적으로 연작영화를 본 느낌이다. 윌리엄 버로스 하면 읽어본 적은 없고 그냥 마약, 환각, 미로 같은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네이키드 런치>를 보고 난 뒤 의외로 이 사람의 메인 테마는 자신의 성정체성 자각, 그에 따른 자책감 같은 고전적인 것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이키드 런치>에서 환상은 그냥 곁다리다. <퀴어>의 줄거리만 보고 난 뒤 이 영화가 <피터 본 칸트>나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 처럼  늙은이가 젊음에게 환장해서 벌어지는 플롯인 줄 알았는데, 전반까지는 그런 낌새를 풍기다가 나중에 <네이키드 런치> 식의 비약과 환상으로 방향은 튼다. 그리고 <네이키드 런치>와 비슷한 테마로 귀결된다. <네이키드 런치>를 미리 본 덕에 <퀴어>의 윌리엄 텔 놀이 씬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네도 똑같이 <네이키드 런치>에 등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은유인지 모르겠다. <네이키드 런치>는 90년대 영화인데 감독이 <퀴어>에서 오마주한 건지? 아니면 원작소설에서도 그대로 등장하는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숨은 그림을 찾은 듯한 반가운 기분이었다.  <네이키드 런치>에도 등장하는 윌리엄 리는 자신이 퀴어가 아니라고, 몸과 영혼이 따로 논다고 말한다. 뭐 알 거 같기도 한데, 육식을 멈출 수 없는 비건주의자?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떠오른 대사는 <본즈 앤 올>에서 티모시 살라메가 한 말이다. "이게 우리야. 우린 원래 이래."
귀에 감기는 음악에 영화자체의 완성도는 괜찮지만 후반에 갈 수록 특유의 안드로메다 분위기가 난다. 퀴어라면 다니엘 크레이그와 드류 스타키의 육체가 엉기는 장면에서 보너스를 득템한 기분이겠지만, 나에게는 무감한 장면이었다. 외려 귀가하면서 지하철에서 옆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가 앉았을 때 그 장면을 떠올리자 어색하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앞으로 계속 써먹어야겠다.  얼마 전에 본 <크라잉 게임>에서는 아직 모자이크가 붙던에 이 영화에는 모자이크가 없는게 눈에 띄었다. 이제 시대가 변한 건지? 다니엘 크레이그는 저렇게 찌질하지만 수트 하나만 바꿔 입으면 바로 007으로 변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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