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설은 수치스러운 것일까? 라는 통찰이 혹시 들어있지 않나 했는데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린 저자의 에세이에 가깝다. 어둡거나 처절하지는 않다. 아마 문장이 짧고 감정을 자제한 덕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절망이 덜하지는 않다. 저자에게 고통이 이제는 맨날 입고 다니는 속옷처럼 자연스럽게 달라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 같다. ‘당첨’같은 느낌으로 희귀질환에 걸린 상황에서 인간의 삶이 한없이 약하고 우연적이라는 소회, 병에 걸린 다음 변한 자신의 의식과 감각,고통 속에서 오히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진정한 행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하는 물음 등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내용과는 별개로 무거운 느낌 없이 가벼운 기분으로 웹 컨텐츠를 읽는 느낌이다. 즉 남의 불행이야기인데 불구하고 (유익하게) 시간보내기에 적합하다는게 독자의 딜레마다. 얼마 전 있었던 지하철 대변 사건도 뭐 아래와 같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면 이상해 보이던 것도 이해할 수있다. 이상한 사람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당연히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렇게 자세히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나는 ‘무언가 사정이 있을지 몰라‘ ‘실은 그런 사람이 아닌지 몰라.‘라는 단서를 붙이며사람을 대하고 싶다.
그렇게 잠깐 생각하기만 해도, 커다란 차이가 생겨난다. - P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