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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님의 서재

불교에 관해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초기 불교의 수행법 중에 <부정관>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몸이 더럽다는 것을 관조하여 육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수행법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몸 안에 있는 배설물, 몸 안의 혈액과 장기, 관절의 기름, 피부의 털 따위를 관조하는 식이다. 지금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허무적인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경전에는 부정관을 수행하는 비구들이 자꾸 자살을 해서 부정관 대신 자비관을 수행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브스턴스>를 보면서 이 영화가 꼭 불교의 <부정관>을 영화버전으로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공황장애나 불안증세 같은 심장두근거림이나 자기조절이 안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관에 가기를 권한다. 애초에 기대를 한 것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여성의 갈등과 심리묘사? 같은 거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같은 영화였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처음엔 편한 마음으로 간 영화관에서 마음을 다잡고 호흡명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지금 영화관에서 나가면 쪽팔리겠지? 옆에 앉은 여자가 다리를 치워줄까 등등을 상상하며) 차라리 파리인간이 녹색 점액을 토해내는 장면이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정말로 끔찍한 건 클로즈업된 멀쩡한 육체에 바늘을 찔러놓고 보충제?를 집어넣는 장면이나 뼈가 도독도독 튀어나온 등에서 필시 끈적끈적할 수액을 뽑아내거나 방금 전까지 움직이던 육체를 타일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다.(머리가 퉁퉁 튄다.) 위빠사나 명상을 가르치는 고엔카가 법문 중에 인간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것이 떨어지는 순간 더러운 것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멀쩡한 육체가 하나씩 인수분해될 때 이 가르침이 실감나게 떠올랐다. 인간의 몸은 더러운가? 적어도 감독은 너네가 좋아하는 젊은 여체를 말 그대로 실감나게 느껴봐라 씨바. 좋으냐? 좋아? 하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 같다. 역설적인 것은 나체의 데미무어를 보면서 어이쿠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몸매와 저 미모를 유지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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