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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님의 서재
  • 롤리타 (무선)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15,300원 (10%850)
  • 2013-01-30
  • : 11,735

자극적인 소재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예를 들어 N번방) 이 책이 엄청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12살짜리랑? 음 그랬구먼. 정도다.) 하지만, 결국 로는 험버트 험버트와 같이 있는 동안 불행했고, 그 와의 시간에 딱히 의미를 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험버트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로의 내면을 그냥 묵살했다. 험버트는 마치 6살난 꼬마가 비싼 장난감을 미끼로 또래를 휘어잡으려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로를 대했을 뿐이다. 그래봤자 로에게 그는 의미있는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매일밤 로는 흐느꼈지만, 그게 험버트에게 와닿지 않는다. 즉 그는 로를 사랑한게 아니다. 토요일 오후에 집어들어서 일요일 저녁까지 독파했으니 책의 흡인력은 엄청나다. 영화로 치면 감독의 연출력은 엄청난 셈이다. 로의 자리에 중학생이라면 포르노, 성인이라면 불륜 같은 ‘부정한 성’을 대입해 보면 험버트 심리가 이해 간다. 자의식 과잉에 머리에 든 건 많은 수다장이 험버트는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들 교양있는 중년 백인 아저씨들에게 각종 이스터에그(?)와 언어유희를 뿌려가며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나보코프 흉내를 내보자면 “문장은 좋아. 주제도 훌륭해. 하지만 테마가 없어”이다. (-이거 맞나?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아니<1973년의 핀볼>이었나? -12살짜리 소녀를 가지고 놀았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그 애 유년시절을 뺏은 거였네요. 그리고 실은 그 애도 별볼일 없는 애였어요.그래서 어쩌라고? ) 이 책이 허세가 낀 망작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칭송을 받을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문학이 신성시 되었기 때문에 이런 사방으로 튀는 언어유희와 문장들이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닐까?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로 보자면 왕가위나 봉준호도 못지 않다. 유일하게 건진 팁은 해설에 나오는 소설을 잘 읽는 방법은 한번이든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네 번이든 반복해서 읽는 것이라는 나보코프의 충고다. 물론 OTT 대신 책을 집어들던 복된 시대의 충고이긴 하지만.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또 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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