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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님의 서재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에는, 당황하여 움직일 필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P185
"춤을 추는 거야"라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멈춰버려. 한 번 발이 멈추면 이미나로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그러면 자네의 연결고리는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돼. 아무리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데 신경 쓰면 안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대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버리거든."- P167
1969년까지만 해도 세계는 단순했다. 전투 경찰 대원에게 돌을 던지는 정도의 일만으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누구나 자기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좋은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속화된 철학의 바탕 아래 도대체 누가 경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도대체 누가 자진해서 최루가스를 뒤집어쓰려고 하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구석구석에 그물이쳐져 있다. 그물 바깥에는 또 다른 그물이 있다. 어디로도 갈 수가없다. 돌을 던지면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정말 그런 것이다.
- P117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얼음을 녹이듯 천천히, 하나하나. 내가 어찌어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것.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채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 그러한 마음의 떨림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 무엇을 찾아야 좋을지 알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는 것. 나 자신이 관련되어 있는 사물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야,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고서 내 몸이 자꾸자꾸 굳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몸의 중심으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육체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내가 그럭저럭 연결되있다고 느끼는 건 이 장소뿐이다. 하고 나는 말했다. - P160
 달리 아무 할 일도 생각나지 않기에 다시 잠시 동안 밖을 걸어보기로 했다. 잘만 하면 무슨 일엔가부닥칠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움직이는 편이 낫다.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는 편이 낫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P190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P168
눈이 내리면 나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길가로 치웠다.
한 조각의 야심도 없었고, 한 조각의 희망도 없었다. 오는 일거리를 닥치는 대로 거침없이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종이와 잉크가 이만큼 낭비되고 있으니, 내 인생이 낭비되었다 해도 군소리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우리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선 낭비가 최대의 미덕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내수의 세련화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른다. 사고방식의 차이다. 하지만 비록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해도, 어쨌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나 수단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방글라데시에도 수단에도 별다른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일을 계속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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