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 의하면 인간과 유인원의 나눠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직립 보행입니다. 유전학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직립 보행을 하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로 나눠지는 순간 인간과 유인원으로 나눠졌습니다. 그렇게 나눠진 개체는 각자 새로운 개체로 진화하였습니다.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 진화한 인간은 두 팔이 자유로워졌고 이 두 팔을 이용해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내고 그에 맞춰 문명도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냥꾼으로서도 훌륭하게 진화하였습니다. 손뿐 아니라 다리도 그에 맞게 발달했습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거대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립 보행을 잘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특징이 덧붙여집니다. 바로 두 다리로 뛰는 겁니다. 그렇게 뛰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하면 완벽하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 어떤 동물들보다 오래 뛸 수 있습니다. 덕분에 사람은 다른 육식 동물보다 훌륭한 사냥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냥을 위해 그렇게 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는 뛰어다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달리가가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의사가 있습니다. 지금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 김세희 교수의 말입니다.
이 책은 달리기의 찬사가 가득 찬 책입니다. 교보문고엔 인문 분야에서 심리학으로 분류되었지만 제 느낌은 에세이입니다. 내가 달리면서 느끼는 하나하나를 세포 같은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답게 자신에게 고민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삶과 비교해가면서 말이죠.
그녀에게 있어 달리기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만 아닙니다. 깨달음을 위한 구도의 길이자, 남을 이해하기 위한 창구입니다. 또한 환자들에게서 생기는 부정적인 느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보호막이기도 합니다. 이런 매력은 그녀만이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책을 읽다 보면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에 대해서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건 달리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주기도 한다는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를 하면서 같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도 건넨 적도 없지만 같은 코스로 뛰다 보면 그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특히 마라톤 대회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다 보면 그들은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같이 뛰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운동이 그 어떤 운동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지금 제 주변에도 마라톤을 취미 삼아 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도 마라톤을 함으로써 삶의 활력을 얻고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번 뛰어볼까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정말 뛰는 것을 싫어하는 제가 말이죠. 그만큼 달리기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뛰는 것보다 그냥 뛰라고요. 그리고 바로 지금 뛰라고요. 오늘도 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