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을 보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넓어지면서도 세세한 면들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뭐가 좋아질까요? 바로 삶의 재미가 늘어납니다. 영화, 문학, 예술 등 작품을 볼 때 배경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어집니다. 물론 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흥행작은 될 수 있지만 명작은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해운대>라는 작품과 <국가대표>라는 작품을 뽑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두 작품은 모두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달성한 엄청난 흥행작입니다. 눈물을 자아내는 많은 장면들과 코미디가 어우러지며 재미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준에서 <해운대>보다 <국가대표>가 더 명작입니다. 그 이유는 <국가대표>에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 국제 입양에 대한 고통 등이 녹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스토리와 연결되어 작품에 대한 감동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예술 작품 속에 그 시대를 잘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0편의 작품들은 엄청난 흥행작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메시지가 너무 많아 녹아 있어 배경을 모르면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게 너무나도 흥분되는 작품 소개입니다. 딱 제 취향이죠.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 책의 흥행도 그렇게 잘 된 것 같지 않은데 아마 같은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책과 작품들을 찾지 않는 걸까요? 지적 호기심이 적어져서 일까요? 아니면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라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걸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긴 엔 현재 사회가 너무 복잡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의 메커니즘부터 외국어, 사람의 심리까지 말이죠. 그렇게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데 쉴 때 볼 영화, 문학, 예술의 배경지식까지 알아야 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결국 아는 사람들만 좋아하게 되겠죠. 저 같은 사람이 말이죠.
여기에 실린 20편의 작품 중 제가 본 작품은 2작품이 있더군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와 <두 교황>입니다. 이 중 <두 교황>은 예상외로 재미있습니다.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그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강추해 드립니다.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는 원작인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의 딸이 기억』의 작가 로웅 옹이 각본과 출연까지 했던 작품입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다섯 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입니다. 역시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좀 지루한 감이 있긴 하지만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은 한 장의 멋진 사냥 지도와 같은 책입니다. 여기에 나온 영화들은 프로젝트로 추진해서 볼 생각입니다. 다행히 저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으니까요. 뻔한 흥행작 말고 볼만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했는데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