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 흔치 않은 경험을 이 책에서 느끼네요. 박진감 넘치는 성공 스토리는 흥미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 같습니다. 조운호 전 웅진 및 하이트 진로 사장의 책 『해내는 것』입니다. 이 책은 기업인이 쓴 책이다 보니 자기 계발서로 분야가 설정로 되어 있지만 제가 보기엔 에세이입니다. 조운호 사장이 자신의 사업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야기에서 내가 살면서 많은 점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자기 계발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계발로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책은 분야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조운호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서 대학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취업에 유리한 상고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걸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학업도 이어갈 수 있길 희망했습니다. 그러자 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두 가지 다를 가지라고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두 배는 더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습니다. 결국 부산상고를 졸업해 은행에 취업을 하면서도 야간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10년을 넘게 일해온 은행을 그만두고 옮긴 곳이 은행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던 웅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재무 회계를 관련 업무를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옵니다. 당시 적자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았던 웅진식품으로 발령이 난 겁니다. 그것도 재무회계가 아닌 상품기획으로요. 그는 그곳에서 고민에 고민을 합니다. 그때 주목한 게 음료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음료 시장은 외국의 음료를 라이선스 생산한 제품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5,000년의 식음료 역사를 가졌는데, 왜 우리나라 음료 시장의 역사가 약 50여 년쯤 되었으며 그 규모는 2조 5천억 원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맞추려고만 상품을 기획하려는 것에 의문을 가집니다. 우리 특유의 음료 문화가 있었음에도 말이죠. 그래서 그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대명제 아래, 우리 음료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굳건한 소명 의식으로 상품 기획을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가을대추>가 소위 대박 상품이 되면서 그의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다시 본사에 복귀하지만 다시 어려워진 웅진식품에 대표가 되어 다시 취임합니다.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연이은 대박 상품을 출시합니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으로 우리나라의 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겁니다. 탄산음료와 주스만으로 있던 시장에 우리나라 전통 식자재를 이용한 음료를 개발하였던 겁니다. 그는 음료 시장에서 상품에 주목한 게 아니라 음료 문화에 주목했습니다. 점점 커지는 생수 시장, 건강을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던 겁니다. 그는 음료 시장이 커질 것이고 그 커지는 시장을 기존의 음료 시장을 장악하던 상품이 아닌 새로운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가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몰입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이전에 황농문 교수님의 저서 『몰입:확장판』을 통해 몰입의 실용성을 잘 알고 있던 터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운호 사장은 그것을 실행하고 있던 겁니다. 일념 삼매(一念三昧), 불교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일심양성법(一心養成法)으로, 일심을 기르고 모든 선악과 사량 분별을 없애는 공부 방법으로 간단히 말하면 샛별을 보면서 깨달음을 위해 깊이 있게 몰입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이런 몰입에 빠지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의 음료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다음으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바로 킹핀 전략입니다. 킹핀은 볼링에서 5번 핀을 가르치는 말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핀부터 맞춰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핵심 문제를 찾아서 이부터 해결함으로써 다음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리는 전략입니다.
이런 방법과 더불어 그는 일할 때의 마인드와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로 일을 대하는 것에 사람들의 자세를 가지고 프로와 포로를 나눕니다. 라임이 꽤 좋습니다. 일의 프로와 일의 포로라 정말 입에 착착 붙습니다. 이 둘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차이는 일의 프로는 객관성을 가지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를 들어 비판하지만, 일의 포로는 근거도 없고 논리도 없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비난만 합니다. 결국 일을 함에 있어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일의 프로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주인의식입니다. 사람들에게 일을 할 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조운호 사장은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합니다. 소유권을 가진 주인이 아닌 명예의식이 있는 주인이라는 겁니다. 이 말에서 꽤 감명을 받았습니다. 소유권을 가지고 이익을 쫓는 주인이 아닌 내가 가진 것에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주인이라는 점에서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가 그동안 탐했던 것은 부와 성장만을 노렸던 게 아닌지라는 생각 말이죠. 저도 모르게 약탈적 자본주의에 빠져 있던 게 아닌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얼쑤이즘입니다. 얼쑤이즘은 말이 좀 생소하지만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엄연한 표준어입니다.
흥이 겨울 때 내는 추임새 얼쑤와 지구(earth)가 결합한 조어로서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시장을 공격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라고 합니다. 이 말을 창시한 사람이 조운호 사장입니다. 우리나라의 마당극에서 재미난 부분은 바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겁니다. 공연자의 공연 중 흥이 겨울 때 우리 관객들은 얼쑤라는 추임새를 놓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모든 나라와 민족이 주체이자 객체로서 존중하고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겁니다. 정말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배울게 정말 많습니다. 조운호 사장은 그만큼 격이 없으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으며, 고집불통인 면이 보이지만 결코 외골수는 아닙니다. 그는 성공에서는 지식을 얻는다면 실패에서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며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분 휘하에서 일한다면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꾸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의 생각을 바꾸는 킹핀을 쓰려뜨려야 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다는 겁니다. 이걸 실천해 성공한 조운호 사장의 이야기가 제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내어 책을 읽는 재미도 더해줬습니다. 더불어 정말 자주 마셨던 <가을대추>,<아침햇살>,<초록매실>의 탄생 비화도 알 수 있어서 책이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일이 안 풀릴 때 다시 한번 읽어도 좋을 책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