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이력은 다양합니다. 그래도 FM이라고 볼 수 있는 케이스는 대학에서 문예 창작과를 나와서 문학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로 데뷔를 못하더라도 직장을 다니며 작가의 꿈을 키웁니다. 그런데 오늘 읽은 『회색 인간』의 저자 김동식의 이력은 지금까지 제가 아는 어떤 작가보다 독특합니다. 그는 주물 공장 노동자였습니다. 학력 역시도 중졸입니다.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받았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물공장에서 주물틀에 아연물을 부어 단추나 액세서리를 만들어가면서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독자들의 오타 지적을 받아 가며 글을 계속 써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의 글이 김민섭 평론가에 눈에 띄었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에 소개되었고 문학 임프린트인 요다에서 그의 첫 책 『회색 인간』 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금도 인쇄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서점에서 확인한 것만 해도 173쇄입니다.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솔직히 소설집과 시집이 서평 쓰기 가장 힘듭니다. 짧은 작품 하나하나가 다 특색이 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4편 역시 모두 대단한 작품입니다. 300편 중에서 뽑고 뽑은 작품이라서 그런지 정말 베스트 작품들입니다. 작품들의 특징을 찾는다면 대체로 현실을 암울하게 봤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굉장한 역동적인 사회입니다. 그만큼 계층 간의 간격이 좁습니다. 1960년대까지 우리 사회는 후진국이었고 80년대엔 개발도상국이 되었습니다. 90년대에는 중진국을 넘어셨으며 2020년대에는 감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이 200여 년 이상 걸린 정치, 사회, 경제, 군사의 발전을 단 60년 만에 압축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의 상황과 시각이 다릅니다. 그로 인해 갈등이 심한 편입니다. 이런 세대 간의 갈등은 문화, 사회, 경제로 엮이면서 갈등이 심화됩니다. 결국 다양한 사회 문제를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해 갈 수 있었던 건 어찌 되었던 유대와 공감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대와 공감을 이루기 위해선 세대 간의 문제를 잘 알아야 합니다. 김동식은 작가는 이런 세대 간의 문제를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쉽고 재미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계층 간의 갈등,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언론의 폐해, 사이비 종교에 대한 징벌,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폐해, 노인문제 등을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한 작품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서사가 길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괜히 김동식 작가를 초단편의 귀재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회색 인간>, <아웃팅>, <신의 소원>, <인간 재활용>, <협곡에서의 식인>,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입니다. 이 작품들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들었지만 다시 종이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