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전쟁이 있었기에 이 전쟁에 대한 기록만 묶어도 역사가 될 만큼이죠. 역사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나라들은 부국강병이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국강병으로 막강해지면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런 전쟁의 역사는 최근 들어서 그 횟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무력 충돌이나 내전은 여전하지만 국가 간 전쟁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전쟁은 끝내 없어질까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전쟁사』를 집필한 그윈 다이어는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치명적인 전쟁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들어 있을 뿐이라 거죠.
여기서 말하는 치명적인 전쟁은 세계대전과 같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저자 그윈 다이어는 캐나다 출신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전쟁사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해군으로 복무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올라온 프로필에 전쟁의 역사를 다룬 BBC 텔레비전 시리즈 <전쟁 WAR>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고 되었는데 이해가 잘 안 가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WAR> 1983년 캐나다에서 만든 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7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으로 세계 10개국에서 방영되었고 이중 영국의 BBC가 있었습니다. 핵 전쟁에 우려를 안고 만든 작품으로 이 중 3번째 작품인 <The Profession of Arms>가 제56회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장편 부분의 후보에 올라갔었네요. 이 시리즈로 인해 그윈 다이어는 1980년대 전쟁사 학자로서 명성을 날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결과에 초점을 맞춰 전쟁을 분석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원서 출간일을 보니 2021년이라 아마 이 부분이 잘 녹여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먼저 정의해 봐야 이 책이 이해가 갈 겁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쟁을 세력 간의 무력 투쟁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국가 간 무력 분쟁을 전쟁이라고 칭합니다. 제가 왜 이렇게 분석했냐 하면 그는 현재 벌어지는 내전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미얀마 내전, 예멘 내전, 콜롬비아 내전 등은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쟁에 대한 역사를 다루다 보니 게릴라전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 하지만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유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든 전쟁에서 사람들은 죽고 도시는 파괴되지만 강대국 간의 전쟁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습니다. 지금 강대국들이 가진 파괴적인 무기를 본다면 인류를 멸망 시킬 정도의 화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전쟁의 정의를 일단은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보다 쉽게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전쟁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땐 국가가 없었으므로 분쟁 정도였다는 겁니다. 역사의 범위 이전인 고고학에서도 인간들은 전쟁을 해왔습니다. 심지어 굉장히 무자비하기도 했습니다. 상대 부족을 멸절 시킬 정도로요. 결국 인간의 본성에는 이런 파괴적 충동이 있다고 저자는 생각합니다. 여전히 원시 부족의 형태를 가진 오지의 원주민들도 전쟁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전에도 그랬다는 것이죠. 또한 고고학적으로 학살의 흔적들이 나오고 있어 그의 가설은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가족은 부족이 되고 부족은 마을이 되고, 마을은 국가가 되며 전쟁의 규모도 점점 커져 갑니다. 이 부분에서 농경사회 외 유목민 사회의 전쟁이 잔혹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상식에서는 유목민의 군대가 상대를 완전히 멸절 시키는 이유는 보급 때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기동력이 좋았던 반면 병력 수가 적었던 유목민 군대는 배후에 적을 남겨 놓으면 보급과 퇴로가 차단될 것을 우려해 아예 적대적인 적을 섬멸한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자는 이런 저의 전략적 생각에 그들의 심리를 한 수푼을 더해줬습니다. 바로 유목민이 바라보는 농경민의 위치였습니다. 유목민들에게 농경민들은 한낱 사냥감이었던 겁니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사냥하듯 유목민은 농경민을 사냥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던 겁니다. 이런 우월감과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습으로 인해 유목민의 군대는 농경민들을 대했던 겁니다. 이로 인해 전쟁은 잔혹해졌고, 이런 잔혹성은 농경민 군대에도 전파되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중 <토미 리스>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여기서 유목민이었던 스키타이 부족들은 농경민인 호라즘을 공격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이게 연출되었는데 아마 이런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유목민이 농경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묘사한 영화였네요.
시간은 흘러 전쟁의 규모는 국가가 커지는 만큼 커졌지만 전쟁의 방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500년 전의 군대를 양성하는 방식으로 양성된 군대도 무기만 동일하다면 기원후 1400년대 군대와 맞서 싸울 수 있었으니까요. 저자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30년 전쟁 당시 군사 강국으로 북유럽 최고의 강국이었던 스웨덴군을 일컬어 이렇게 말합니다. "마침내 알렉산더 대왕이 지휘할 수 없는 최초의 군대가 나타났다"라고요. 화약 무기가 보편화되면서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피해도 확실히 커지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세계대전으로 칭할 수 있는 여섯 번의 전쟁을 언급합니다. 규모와 지역 그리고 피해마저 어마어마한 전쟁입니다. 독일 지역에서 있었던 30년 전쟁,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7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특히 30년 전쟁은 당시 독일 인구의 3분 1인 800만 명이 죽었을 만큼 전쟁은 매우 잔혹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부터 총력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민간인들조차 군사 목표가 됩니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부터는 전략 폭격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폭격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전 농경 사회 때만 해도 병력 동원의 최대치는 국민의 3% 정도였습니다. 식량 생산을 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산업화 시대에 와서는 3% 룰을 지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계몽주의와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민간인들을 대거 병력으로 끌어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 전쟁 지속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도 상대국의 민간인들의 전투 의지를 꺾어놔야 했던 겁니다. 이를 위해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셰리던 장군은 섀넌 도어 지역을 초토화했습니다. 그리고 셔먼 장군도 조지아 주를 초토화했습니다. 마을과 농장 그리고 기간 시설들을 군인들이 파괴했던 것이죠.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면 이 역할을 비행기가 합니다. 전략 폭격의 시작입니다. 정점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진보된 폭격 기술을 가진 미국과 영국은 엄청난 양의 폭격기를 동원해서 독일을 밤낮없이 폭격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게다가 폭격 과정에서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략 폭격은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일본 역시도 그 폭격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엄청난 폭격을 받았지만 솔직히 일본도 중국을 그런 식으로 폭격했으니 피장파장이겠죠.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에 의한 폭격을 맞이하면서 전쟁은 한 단계 진화하게 됩니다. 이제 전쟁은 인류를 파멸할 것이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모든 나라는 전쟁이 길어야 반년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일의 슐리펜 계획 역시도 프랑스를 6주 만에 굴복 시키고 러시아를 상대해서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4년을 끌고 갈 것이고 천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겁니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무력 분쟁은 있겠지만 문명화된 국가끼리는 총력전보다는 외교적 노력으로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유토피아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 꿈은 산산이 부서집니다. 인류가 발달 시킨 과학과 기술이 무기에 적용되자 살상력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던 겁니다. 그 결과 국가들은 분쟁을 막기 위해 유엔을 만들게 됨으로써 지난 80년간 강대국 간의 전쟁을 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후 변화와 최근 국제 질서가 요동치면서 또다시 세계대전이 있을 거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 곳이 바로 중동과 한반도입니다. 이 두 곳은 국제 질서상 강대국들이 계속 개입하는 곳이고 이들 나라 대부분은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와 북한 자체도 엄청난 군사 강국이지만 세계 1위의 미국, 2위인 중국 요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체면을 구겼지만 핵전략은 여전히 세계 2위인 러시아,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진 일본이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곳이라고 꼽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지금의 탄핵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작은 불뚱이 전 세계를 불태울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심지어 과거와 달리 규모도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들은 언제든 통신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정치, 외교, 경제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연결되어 전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그 군대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 비용도 엄청 비싸지만 기꺼이 국가는 지불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라는 적대 국가가 존재하고 있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세계 강국의 균형점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전쟁이 그 어떤 나라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막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아니면 군대를 해체하고 평화구역을 선포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우리가 아무리 막강한 군대를 유지한다 한들 우리 주변 국가에 비하면 약한 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포기하기엔 역사상 정말 많은 전쟁을 한 나라 중 하나가 우리입니다. 지정학적 위치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니까요. 발칸이나 캅카스처럼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을 오갈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곳들에 비하면 적게 전쟁을 했지만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나름 역사상 우리도 제법 강한 군사 강국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단일민족이라는 강한 유대감이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또한 중국과의 외교 전략도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라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운명은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1953년 이후 전쟁이 없었습니다. 무려 80년간이나요. 그렇다고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잠자고만 있을 뿐입니다. 국제화로 인해 모든 나라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중국과 미국이 지금 이렇게 으르렁 대지만 미국과 중국의 역대 최고의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밀착이 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제1차 세계대전 전에도 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벌어졌죠. 그러므로 우리도 전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물론 군사적으로만 해선 안됩니다. 외교적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지금의 평화를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는 길일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전쟁이라는 없어져야 할 하지만 없어질 수 없는 인류 최고의 난제를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평화라는 개념을 확실히 새길 수 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전쟁에 가까이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