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젤라툴님의 서재
  • 탑건: 초대 교장의 회고록
  • 댄 페더슨
  • 19,800원 (10%1,100)
  • 2024-04-30
  • : 515

제1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는 무기로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제공권이 중요해지면서 항공기의 성능은 월등히 좋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까지 전투기들은 도그 파이터라고 근접 전투를 벌어야 했습니다. 비행 성능이 전투의 승리를 좌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투 방식은 새로운 무기가 나오자 구시대 전투 방식으로 치부됩니다. 바로 레이더와 이와 연동되는 유도 미사일의 발명이었습니다. 이제 조종사는 레이더 화면에 보이는 적기를 향해 유도 미사일 발사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전투기는 비행성능보다 우수한 레이더와 많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아울러 근접 전투에 필요한 기관총은 폐지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전투기가 바로 F-4 팬텀 2 전투기입니다. 이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으로 인해 미 해군과 공군에서 꽤 오랫동안 사용하였습니다. 정치적 이유도 있긴 했지만요.

그런데 이런 우수한 전투기로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미국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됩니다. 보통 적과의 교환비를 10:1 이상을 했던 미국이 2:1까지 떨어진 겁니다. 게다가 상대는 팬텀보다 휠씬 떨어지는 성능의 미그 19와 미그 21로 무장한 북베트남군 공군이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탑건 : 초대 교장의 회고록』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저자인 댄 페더슨은 1953년 해군에 입대해서 1955년 해군 조종 사관 후보생에 합격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입대하였을 당시 대부분의 교관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조종사들이었고 그들에게서 공중전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잊지 않고 연마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곧 미군 내에서 잊히게 됩니다. 바로 기술의 발달 때문이었습니다. 유도 미사일이 완성되자 더 이상 현란한 기동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근접하기 전에 레이더로 발견해서 유도 미사일로 격추시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근접했다면 사이드와이더라는 열추적 미사일을 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전투기에 기관총은 생략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전투기가 F-4 팬텀 2입니다. 이 전투기는 우수한 성능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말도 안 되는 교전 규칙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기관포의 생략입니다.

F-4는 강력한 레이더와 이 레이더에 연동해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조종을 하면서 미사일 유도를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조종사 뒤에서 레이더 관제를 위한 오퍼레이터가 한 명 더 타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전 규칙에는 적기를 눈으로 식별한 후 전투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장거리 공격 무기의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미사일의 성능도 예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실제 발사 실험이 적었기 때문에 미사일의 문제점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기관포의 생략으로 인해 팬텀의 공대지 공격 능력은 오직 공대지 무장에 의해서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접 지원 사격을 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지대공 미사일을 피해야 할 뿐 미사일 사이트를 공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베트남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많은 항공기를 잃어야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투 시 미사일이 다 떨어지면 무조건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관총이 있었다면 끝장낼 순간이 많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겁니다. 게다가 근접전에 대비한 공중 기술을 조종사들이 숙지하지 못했으니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 해군에서는 당시 중령이었던 댄 페더슨에게 항공 전투 기술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도록 합니다. 그리고 조종기술이 뛰어나고 머리가 명석한 젊은 장교들을 모아 학교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탑건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던 댄 페더슨은 열정과 노력으로 그 일을 해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출한 조종사들이 전쟁터에서 점점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2:1까지 떨어졌던 교환비도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탑건의 전설은 시작됩니다.

이 책은 책 제목과 달리 탑건에 대한 이야기 보다 초대 교장인 댄 페더슨 대령의 회고가 주요 내용입니다. 그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전투기의 발달로 기관총을 쏘아대는 도그 파이터에서 레이더로 조준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원거리 전투 방식으로 바뀌는 시기에 전투기 조종사로 시작합니다. 게다가 그의 선배들 덕분에 그는 조종사지만 항공모함의 함장을 할 만큼 해군에서 항공 병과의 입김에 세진 해군에서 복무하게 됩니다. 이런 미 해군의 현대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영화 이야기를 곁들은 덕에 이해도 쉽습니다. <탑 건>이라는 영화뿐 아니라 <원한의 도곡리 다리>, <특전 U 보트> 등을 이야기하는데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아는 영화라 상황이 바로 와닿았습니다.

베트남전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교전 규칙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공중전 교전 규칙 외에도 소티를 채우기 위해 2~3대로 작전을 할 수 있는 것을 5~6대에 나눠서 작전을 벌이는 소모적 작전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전쟁터가 아닌 워싱턴에서 전쟁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탁상공론의 결과로 전쟁터에서 숨진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 전쟁의 정치적 배경은 배제한 채 순수한 군사적 관점에서의 본다는 게 과연 군인의 시각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분량도 많고 읽기도 불편해서 과연 일정 내에 다 읽을 수 있을까란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잘 넘어가서 놀랐습니다. 추천사에서 두꺼운 책이라 걱정했는데 잘 넘어갔다는 박상현 대령 님의 말씀이 진짜였더라고요. 표지 제목에 <탑건>이라고 크게 쓰여있지만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초대 교장 댄 페더슨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살아온 해군 장교로서의 인생이 가장 주된 내용입니다. 이 분이 군 생활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함장이 되었을 때 한 민간인 구조 활동이었습니다. 이건 살짝 예상외라고 생각했는데 이 분은 평상 비행을 동경했고 지금도 비행을 꿈꾸는 중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투기를 몰고 전투를 했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군인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직업이었던 만큼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게 아닌가 합니다. 군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모범을 삼을 만한 삶을 사신 분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보고 겁먹지 않고 보셨으면 합니다. 읽기 어렵지 않고 유익한 내용도 많습니다. 냉전 시절 국제 관계, 미 해군사 등도 언급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