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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출연 배우들이 워낙 쟁쟁해서 봤는데, 막상 보고 나니 재미와는 거리가 꽤 있다.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주인공 톰 역의 애덤 스콧은 여기서도 범죄소설가로 나온다. 얼마 전 본 영화 ‘호컴’에서는 공포소설가였다. 두 작품만 놓고 보면 ‘호컴’ 쪽이 훨씬 재미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영화에서 같은 배우가 비슷한 직업의 작가로 등장하는 걸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에 배우가 그렇게 없나 싶기도 하고.

애덤 스콧은 역시 ‘단절’ 시리즈가 가장 좋았다.

톰은 아들 제이크와 조용한 마을로 이사 온다. 아내를 잃은 뒤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톰에게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사 온 집에서 제이크가 이상한 속삭임을 듣기 시작한다.

이후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어두운 쪽으로 흘러간다.

제이크는 집 안에서 계속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톰은 그런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크가 사라진다.

사건을 쫓던 아만다(미셸 모나한)는 제이크의 실종이 십수 년 전 여러 아이를 납치해 살해한 연쇄살인범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발견한다. 범인은 ‘위스퍼맨’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이상한 건 위스퍼맨이 이미 감옥에 있다는 것이다.

톰은 결국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아버지 피트(로버트 드 니로)를 찾아간다. 피트는 은퇴한 경찰이고, 과거 위스퍼맨을 검거한 인물이다.

제이크를 찾기 위해 피트와 톰, 그리고 아만다는 과거의 사건 기록과 단서를 하나씩 뒤진다.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보면 꽤 재미있다.

게다가 배우들도 좋다. 로버트 드 니로와 마이클 키튼, 애덤 스콧, 미셸 모나한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화면도 좋다. 영화 전체에 어둡고 축축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깔려 있어서 범죄 스릴러가 가진 눅눅한 느낌은 제대로 살아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개연성이 자꾸 걸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과 설정도 계속 떠오른다. ‘데블스 아워’를 비롯해 여러 스릴러에서 봤던 요소들을 조금씩 가져와 한곳에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장면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가족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알겠다. 아내를 잃은 톰과 아버지 피트 사이에 쌓여 있는 오래된 감정도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감정들이 범죄 수사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오히려 이야기를 옆으로 새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차라리 가족의 상처를 조금 덜어내고, 제이크의 실종과 위스퍼맨을 둘러싼 사건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서 하나가 다음 단서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관객이 범인을 의심하고 다시 뒤집히는 식으로 범죄 수사의 논리와 반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

배우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그런데 좋은 배우와 좋은 분위기만으로는 결국 영화가 재미있어지지 않는다.

보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건 바로 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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