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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이 시리즈는 정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편씩 보게 된다. 잔인하고, 또 잔인하다. 그렇게 보다 보면 어느새 10화까지 와 있다. 특히 마지막 10화는 정말 충격적이다.

이야기는 1800년대, 북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북극으로 들어간 탐험대의 이야기다. 시리즈 내내 눈이 내리고 사방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그런데 추위만 견디면 되는 게 아니다. 식량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몸을 썩게 만드는 질병까지 번진다.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생명체까지 탐험대를 공격한다.

매일 보는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눈과 얼음뿐이다. 어디를 가도 빠져나갈 곳이 없다. 그런 곳에서 사람은 조금씩 미쳐간다. 옆에서 함께 있던 사람이 극한의 추위와 병으로 하나둘씩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상적인 정신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두 척의 탐사선은 거대한 얼음에 갇히고 구조는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원들은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간다. 그 과정을 굉장히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다른 고어 공포영화를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한다. 몸을 반으로 갈라놓고 다리를 물어뜯어 버린다. 화면 자체가 잔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그곳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런 곳에 며칠만 있어도 팔다리가 동상에 걸리고, 결국 살이 썩어 들어가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북극의 풍경은 아름답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 너무 차갑다. 화면을 가득 채운 눈과 얼음이 아름답게 보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질식시키는 것 같다.

'옐로우스톤' 첫 시즌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줬다면, '더 테러' 시즌 1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인간을 밀어붙인다. 추위와 굶주림, 질병, 죽음이 계속 사람을 몰아세운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절망과 두려움이 아주 구체적으로 보인다.

무서운 건 괴물만이 아니다. 사람이 굶주리고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도 무섭다. 삶과 죽음, 질병과 신체훼손, 인간의 본성과 윤리 같은 것들이 계속 뒤섞인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까지 끼어든다.

특히 마지막 10화에서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결국 죽은 선원의 살을 떼어 먹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상하게도 괴물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보다 그 장면이 더 오래 간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그런 것 같다.

실제 1845년 존 프랭클린 탐험대가 북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다가 조난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이 시리즈를 더 무섭게 만든다. 완전히 허구라고 생각하고 볼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저 얼음 속에 갇혀 있었고, 구조를 기다리며 죽어갔다.

지금 '더 테러' 시즌 2를 보고 있는데 시즌 1과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시즌 1보다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지 조금 집중이 안 된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했던 건 시즌 1의 그 폐쇄된 공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그리고 거기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정적인 공포를 좋아한다면 '더 테러'는 시즌 1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공포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빠르게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니라, 보고 있는 동안 조금씩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다. 괴물이 나타나지 않아도 이미 무섭고, 괴물이 나타나면 더 무섭다. 결국 가장 무서운 건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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