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공포는 귀신이나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인간이다. 김창완은 평소에는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자주 보여준다. 그런데 악역을 맡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다. 사람 좋은 미소는 그대로인데 그 안에서 서늘한 광기가 새어 나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노출 수위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성형외과 의사인 인범이 사람을 죽이는 방식이다. 돈 때문도, 복수 때문도 아니다. 이유가 선명하지 않다. 사람을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다가 죽인다.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인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진다. 젊은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뒤 이어지는 응징 장면은 꽤 소름이 돋는다. 애초에 그녀가 인범과 결혼한 이유부터 비극이다. 돈을 좇은 어머니가 딸을 떠밀다시피 결혼시켰고, 남편이 집을 비우면 옛 연인 영관을 만나 숨통을 튼다. 인범은 완벽한 괴물도 아니다. 영관을 뒤쫓아가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수술대 앞에서는 손까지 떤다. 결국 수술을 중단하고 환자의 남자친구에게 얻어맞는다. 감정이 폭주할수록 더 잔혹한 행동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아내에게는 늘 같은 머리 모양과 비슷한 옷차림을 강요한다. 자신의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참지 못한다. 아내가 그 비위를 맞추며 지쳐가는 모습도 꽤 답답하게 다가온다. 결국 분노의 화살은 장모에게까지 향한다. 주삿바늘 하나로 끔살을 저지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왜 청불인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 다시 꺼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김창완의 섬뜩한 악역 연기 하나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닥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번쯤 볼 만한 숨은 사이코 스릴러다. 단점은 김창완은 연기가 좋은데 아내 역의 배우 연기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