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정도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일본식 공포를 서양식으로 옮기려 했지만, 정작 원작이 가진 끈적하고 불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영화는 조용히 흘러가다가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만 반복한다. 놀라기는 하는데 무섭지는 않다. 린 샤예도 나온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라 반갑긴 했다. 손가락을 칼로 하나씩 잘라내는 장면은 순간적으로 섬뜩하지만, 공포영화를 꽤 본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이미 여러 번 봤던 연출이다. 존 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베티 길핀. 조연들까지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 싶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런 배우들을 데리고도 영화가 끝까지 힘을 못 쓴다. 주온은 귀신이 나오기 전부터 공간 자체가 불길했다. 괜히 찝찝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긴장됐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로 가져온 것도 아니다. 어정쩡하게 비틀어 놓은 느낌만 남는다. 감독은 시간을 계속 과거와 더 과거로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흥미롭기보다 번거롭다. 원작보다 개연성도 많이 약해졌고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는 “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만 든다.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는 역시 좋다. 늘 진지하고 흔들림이 없다. 원래도 예쁜 배우인데, 톰 크루즈와 함께 출연했던 오블리비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품에서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망가지는 역할을 택하는 것 같다. 그런 점도 이 배우의 매력이다. 2005년 그루지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이제는 주온의 공포를 반복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