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지암은 여전히 한국 공포영화에서 점프 스케어 하나만큼은 따라올 작품이 없다. 개봉한 지 꽤 지났는데도 불을 끄고 볼륨을 올려 다시 보면, 몇몇 장면은 미리 알고 있어도 몸이 움찔한다. 요즘 여기저기 잘 나오는 박지현을 볼 때마다 곤지암이 떠오른다. 그때 사바사바를 중얼거리던 사람이 지금의 박지현이라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버려진 정신병원이 어느 순간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세계로 바뀌는 과정이다.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오는 영화였다면 금방 잊혔을 텐데, 공간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연출이 압도적이다. 정범식 감독은 공포를 다루는 감각이 확실히 있다. [무서운 이야기 2]에서는 고경표와 김지원을 앞세워 웃기다가도 순식간에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뉴 노멀]에서는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다만 소재나 설정은 해외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적지 않다. 그래도 이상하게 곤지암만큼 관객을 몰아붙이는 한국 공포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곤지암은 배우들의 연기도 컸다. 공포영화는 귀신 분장이 무서운 게 아니라 배우가 얼마나 진심으로 공포에 질려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주인공이 눈앞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도 같이 불안해진다. 파묘도 비슷했다. 김고은과 최민식이 자신들의 경험과 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긴장이 확 올라간다. 그 두려움이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할리우드도 요즘은 옛 시리즈를 계속 꺼내는 분위기다. 후속편은 쏟아지는데 처음 느꼈던 충격을 다시 주는 작품은 드물다. 그래서 한국 공포영화를 기다리게 된다. 정범식 감독이든, 다른 감독이든 상관없다. 극장에서 불 꺼진 순간부터 관객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공포영화 한 편만 다시 나와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