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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인간은 사용할 수 있는 수백만 단어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문어인 마셀러스가 말한다. 우리 인간은 항상 진실을 원하지만 진실과 마주하는 건 두렵다. 그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인간과 교감을 하는 문어 마셀러스가 이어준다. 이 영화는 근래에 나오는 영화 중 보기 드물게 감동적인 영화다.

초반에는 짐작이 가는 설정으로 흘러가지만 마지막에 가면 아! 하며 주인공 할머니 토바와 청년 캐머런의 대화를 보는데 코끝이 시큰해진다. 물론 마지막까지 짐작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제목의 의미는 말 그대로 수족관이 문을 닫은 후 토바 할머니가 청소를 하면서 문어 마셀러스와 교감을 하는 의미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간과 교감을 하는 문어 마셀러스는 인간 그 위에 존재하는 생명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다큐멘터리 문어 선생을 보고 보면 이 영화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마셀러스가 수족관을 뛰쳐나온다던가, 토바의 손을 빨판이 달린 다리로 감싼다던가. 문어는 지능이 아주 높은 생물로 알려져 있다. 가끔 밥상에 다리가 하나 없는 문어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건 문어는 가두리가 안 되어서 양식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통발이나 죽창으로 문어를 잡을 수밖에 없는데 문어가 인간의 죽창을 피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면 바뀌는 수온에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게 바위틈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뱃속의 새끼들이 굶고 있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문어는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다리를 하나 떼서 먹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런 존재라는 걸 알고 마셀러스를 보면 학 와닿는다. 아쿠아리움에서 청소를 하는 귀여운 할머니 토바는 평생 가슴에 상처를 가지고 지낸다. 아들이 죽었는데, 아들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마을에 온 캐머런은 토바의 일을 이어받아 아쿠아리움에서 청소를 하며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으려고 한다.

마셀러스는 토바와 캐머런의 행동으로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눈치채고 두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로 한다. 그러면서 무척 나이가 많은 마셀러스 역시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두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바다로 돌아가서 눈을 감는다. 토바는 아들을 잃고 캐머런은 엄마를 잃었다.

토바와 캐머런은 굉장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진다. 뻔하게 흘러가서 뻔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뻔하지 않는 결말로 끝이 나게 된다. 영화는 잔잔한데 곳곳에 좋은 영상이 많다. 밴드 활동이 좌절된 캐머런이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그 노래에 푹 빠져 있는 토바의 모습이나. 주인공 토바 할머니는 80세에 가까운 나인데 무척 귀엽다. 귀엽고 활발하지만 상실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는 아픔을 제대로 표현했다. 토바 역의 샐리 필드는 전설이 된 배우로 우리가 잘 아는 포레스트 검프에서 엄마 역으로 나왔다. 영화는 아픔을 딛고 희망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근래에 대체로 자극이 극에 달하는 영화만 보다가 이렇게 잔잔하면서 감동적인 영화를 오랜만에 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빛을 좀 느끼게 되었다. 샐리 필드 외에 조안 챈을 비롯해서 연기파 배우들이 잔뜩 등장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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