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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2006년에 나온 일본의 단편 공포 영화 무서운 여자는 총 세 편으로 묶인 옴니버스식 단편 영화다. 그중에 두 번째 [무서운 여자] 편은 뭐랄까? 아주 마음에 든다. 초현실적인 존재 같은 말들을 전부 갖다 붙여도 좋을 영화다.

모더니즘에서 벗어난, 아크로바틱 하며 에로틱과 기괴한 영상의 조합이 몹시 더러우면서도 퇴폐미가 흘러넘치는 그런 영화다. 에모토 타스쿠의 아주 초년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에토모 타쿠스 집안은 온통 배우 집안이다.

아내부터 동생 아버지까지, 안도 사쿠라 집안도 완전 배우 집안이니 이 집안은 그냥 배우 하기 태어난 집안처럼 보인다. 잘생김에서 완전 먼 얼굴의 배우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잘생겨 보이는 그런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서 좀 묘하다. 어떤 역할이든지 다 어울린다.

두 번째 무서운 여자 이야기는 기괴하다. 자신의 여동생과 데이트를 해 달라는 선배의 부탁을 받은 세키구치는 여동생을 만나러 갔는데 미니스커트 밑으로 뻗은 하체는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는 섹시한 다리와 발, 발가락을 지니고 있지만 상체는 가마니를 덮고 있는 묘한 모습의 여성을 본다.

데리고 다니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물에 빠지기도 하고 어딘가에 부딪치기도 해서 물에서 건져내고 데리고 다니기가 버겁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은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된다. 다리로 점점 접촉을 시도하고 발가락으로 얼굴을 건드린다.

가마니 속이 보고 싶어 한 번 다가갔지만 그 속에는 기괴한 것이 존재하고 있다. 살점 같은 것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 모습을 세키구치에게 들켰다는 것 때문에 여동생은 폭주한다. 그 모습에 정이 떨어진 세키구치는 여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다가 가마니 속에서 여러 개의 칼날이 튀어나와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리의 요염함에 이미 한 번 빠져버린 세키구치는 어쩔 수가 없다. 퇴폐미에 빠져 욕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마니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점점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머리부터 다리까지. 마치 태어날 때처럼 반대로 그 안으로 들어간다.

집어삼킨 여동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이처럼 마당을 가마니를 덮은 채 뛰어다닌다. 20년 전 일본 특유의 공포 가득한 배경과 공포의 정점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더 궁금하게 만들고, 인간이 조금씩 정신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잘 그렸다.

꼭 초현실 존재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어떤 구석에 몰렸을 때 물에 물감이 번지듯 그렇게 망가져가기도 한다.


https://youtu.be/7sDATZ38wLE?si=daz8oDw4X_MsBf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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