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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초현실 존재가 나오지 않지만 인간으로 인한 오컬트를 원한다면 김기영 감독의 이 영화를 꼭 보라 말하고 싶다. 굉장하다.

이 영화는 77년에 나왔지만 그 당시에는 극장에 간판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 김기영 감독이 재조명받으면서 그의 영화들도 여기저기 방영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복원작업으로 인해 21세기에 만든 영화처럼 아주 깔끔하다. 그래서 더욱 소름 돋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박찬욱과 봉준호가 김기영 감독을 얼마나 좋아했나 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봉 감독의 경우 기생충에서 공간으로 보여주는 심리가 끝내줬는데, 이어도에서의 공간이 바로 그러하다. 그리고 욕망의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도 이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고립된 섬이라는 공간, 그 속의 여자들만의 장소,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섬으로 온 남자들.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생생하다.

스릴러처럼 죽은 사람의 사건을 파헤쳐가지만 점점 미궁으로 치달으며 인간! 근원적으로 인간을 보여주고 탐구한다.

마치 김기영 감독이 의사나 과학자가 되어 영화라는 매개로 인간을 벌리고 파헤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히치콕이나 많은 거장들이 해왔다. 70년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장면들이 있다.

남석이 민자를 파도가 철썩이는 곳에서 성폭행(장면은 나오지 않는다)하고 그대로 방치해 두는데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점점 다가오면서 아악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은유다.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신윤복의 사시장춘처럼 바위와 파도, 바다의 모습으로 기가 막히게 신체를 표현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시체와의 정사 장면이다. 남자의 시체를 무속으로 발기시켜 시체와 관계를 갖는다.

감독은 영화로 보이는 공간, 인물, 장소라는 이미지를 통해 보는 이들을 압도해 버린다. 독특하며, 실험적이고, 무엇보다 파괴적이다. 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다 떠난다.

그러나 이 섬은 저주받았고 홀리듯 다시 돌아오지만 죽어 시체가 되어도 이 섬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몹시 무시무시한 영화 [이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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