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윈픽스 시즌 2 중반으로 가면 어둠의 윤곽이 드러난다. 어둠이란 인간의 공포를 먹고 조금씩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그와는 별개로 오드리, 쉘리, 애니, 다나의 사랑이 아주 아름답게 펼쳐진다.
수녀원에서 나온 애미와 데일 쿠퍼의 사랑이 펼쳐지는데 애니는 이런 대사를 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망설이는 이유 알아요. 날 조심히 다루는 거요. 수녀원에 있었다면 다들 딱한 여자로 보죠. 성서나 기도 이외의 감정은 두려워할 거라고요. 하지만 당신 품에 안기고 키스를 나누면 안심하고 더 원하게 돼요. 당신이 내게 주는 감정이 두렵지 않아요] 이렇게 문학적인 대사가 죽 펼쳐진다.
이 시리즈에서 모두가 흥미로운데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데일 쿠퍼다. 너무나 잘생긴 얼굴에 빈틈없는 수사관이지만, 엉뚱하며 초자연적 현상을 무시하지 않고 동료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다정하다.
그리고 얼굴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 이런 사람과 함께 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 파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시리즈에서도 도넛을 먹는 장면이 아주 많다. 식사를 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
애니는 헤더 그레이엄이 연기한다. 모두가 20대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즌 2에서는 엑스파일의 멀더였던 듀코브니가 여장을 하고 여자 수사관으로 나오는데 기가 막히게 예쁘다. 그는, 아니 그녀는 데일 쿠퍼를 도와서 수사를 진행한다.
시즌 2를 마지막까지 보다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장면과 서사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다. 그냥 이 말이 안 되고 초현실과 현실을 오고 가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진다.
무엇보다 트윈픽스 시리즈 내내 흐르는 음악이 마치 사람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같아서 내내 어느 시절, 어느 시점의 나로 머물러 있고 싶어만 진다. 시즌 2 마지막 회에서 붉은 방에 나타난 로라가 25년 뒤에 우리 만나요, 라며 데일 쿠퍼가 실종이 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25년 뒤에 시즌 3이 나왔다. 시즌 3은 시즌 1, 2보다 더 초현실적이며 더 난해하고 복잡한 구조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나면 자연스러워진다.
25년 전의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 그대로 나오는 것이 신비롭다. 신기한 것이 아니라 신비롭다. 통나무 여인 마가렛은 25년 전에도 거의 할머니에 가까웠는데 시즌 3에서 겨우 말을 할 정도로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열심히 통나무 여인을 연기했다. 배우 캐서린 콜슨은 시즌 3에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조용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17년에 나온 시즌 3의 캐서린 콜슨은 통나무 여인 배역을 미리 촬영해 놓았다. 캐서린 콜슨은 2015년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다.
듀코브니 역시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예쁜 여장을 수사관으로 나온다. 전혀 변함없는 트윈 픽스 마을과 보안관이 머무는 곳과 변했지만 변함없는 주인공들은 보는 이들의 묘한 기시감을 잔뜩 불러들인다.
트윈 픽스 시즌 3은 현대물답게 아주 잔인한 장면들, 몹시 야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모든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 속에서 25년 뒤에 다시 만나요,라고 하고서 25년 뒤에 다시 만들어버리는 이 감각과 능력 그리고 린치의 배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실종되었던 데일 쿠퍼는 공포를 먹고 쿠퍼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들어내고, 현실로 다시 돌아온 데일 쿠퍼는 변한 세상에 조금씩 적응을 한다. 두려움을 볼 수 없던 시즌 1, 2의 데일 쿠퍼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이 슬프면서 안타깝다.
시즌 3의 1, 2화에는 멀홀랜드의 나오미 왓츠도 나오며 애슐리 주드도 나온다(는데 누군지 찾지를 못했다). 처음에 시즌 1을 보면서 이게 뭐야? 하다가 점점 깊게 빠져서 OST까지 찾아서 듣게 되는 트윈픽스 시리즈, 이제 남은 회차가 너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