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소설 쓰고 앉아있네


아무것도 없는 휑한 황무지에 사는 한 가족이 있다. 아빠, 엄마, 9세 정도의 아들 디에고. 집 주위는 아버지가 경계를 쳐 놓았다. 그 너머에는 악마가 살고 있고 넘어가는 순간 잡혀 먹힌다는 것을.

디에고는 아버지에게 토끼를 잡는 법을 배우지만 선뜻 죽이지 못하는 연약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어느 날 악마에 씐 사람이 나타나서 죽게 되고 아빠가 시체를 가족에게 전해준다며 엄마와 디에고를 놔두고 떠나고 만다.

아무리 말려도 아빠는 집을 떠나 악마가 있는 그 너머로 가버린다. 디에고에게 총을 주면서.

그 뒤로 악마는 점점 엄마를 이상하게 만든다.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엄마의 행동이 이상하고 과격하고 난폭해진다. 디에고는 엄마에게 총을 빼앗고 총알을 빼앗는데.

디에고는 새벽에 소변을 보러 혼자서 갈 수도 없는 아이였는데 악마로부터 엄마를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고작 5명 미만이다. 중반부부터는 디에고와 엄마 둘 뿐이다.

사람들의 영화평은 형편없는데 왜 그런지 꽤나 몰입해서 봤다. 디에고는 영화시작의 모습에서 중반을 넘어서부터 점점 성장을 한다. 후반에는 악마에게서 엄마를 지키려고 너무 겁이 나지만 맞선다.

그 모습이 눈물겹다. 맑은 눈망울로 엄마를 악마화시키려는 악마와 정면으로 대면한다. 피하지 않는다. 두렵고 무섭지만 내가 아니면 엄마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동안 아빠에게 배운 것들을 몽땅 악마에게 쏟아붓는다.

19세기 스페인은 잦은 전쟁으로 고립을 택하는 가정이 많았다. 전쟁에 시달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살바도르와 루시아는 디에고라는 아들이 태어나 키워가며 가축과 함께 농장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비록 황무지지만 전쟁 속에서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런 행복을 깨트리는 악마가 아빠를 데리고 가고 엄마까지 미쳐서 죽게 만드려고 한다.

디에고는 사랑하는 엄마를 잃을 수 없어서 악마에게 소리치고 배운 대로 총을 쏘고 기름을 부어 불을 지른다. 겁 많은 아이에서 엄마를 지켜낸 용감한 소년이 된다.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서강대학교 재직 후 모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간 후 파킨슨 병에 걸려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삶은 정리하면서 페페 신부가 쓴 시에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고 했다. 세상을 구하는 건 사랑이며 다정함이다.

불안의 두려움으로 잘 만들어낸 영화라는 생각이다. 해가 밝아오고 마지막 디에고가 눈을 감고 엄마와 행복했던 날을 떠올린다. 어렸을 때 여름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우리 일생의 지주가 된다.

디에고는 엄마와 그 추억을 동력 삼아 용감하게 세상을 헤처 나갈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