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군산 작은 섬 선유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소원은 뭍으로 한 번 나가 보는 것. 육지 소식은 2주에 한 번씩 들어오는 배를 통해서다. 아이들은 비행기는 물론이고 기차도 보지 못했고 자전거도 보지 못했다.
선생님에게 자전거 바퀴가 두 개뿐인데 어떻게 길을 다니냐고 묻는다. 그러다가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는 계획을 듣고 아이들은 기쁨에 젖는 것도 잠시 부모들이 반대를 한다.
위험하며, 선생님이 섬을 빠져나가고 싶어서 아이들 핑계를 대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섬을 빠져나가면 그동안 일손 부족으로 수학여행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는다.
거기에 수학여행은 돈이 드는데 섬 마을은 전부 가난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돈도 마련하고 수학여행을 가게 된 아이들. 가는 날 새벽부터 선생님 집 앞에 모여든 아이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떨어진다. 아이들을 태워야 할 배가 고장이 나서 한 달이나 걸린다는 것. 아이들은 울고 난리가 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교육청에도 전화를 해서 결국 배를 타게 된다.
기차도 처음 본 아이들을 신발을 벗고 기차에 오르고 기적소리에 놀라서 흩어지기도 한다. 리어카도 한 대 없는 섬마을 아이들이 도착한 서울은 눈이 돌아가는 세계. 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68년도 영화인데 재미있다.
서울에서 부임한 젊은 선생님으로 구봉서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선생님은 굿 윌 헌팅에서 숀 맥과이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 같다. 아이들을 자기 아들과 똑같이 생각한다.
아내로 문희가 나온다. 젊은 시절의 문희는 정말 예쁘다. 문희 배우는 아직 활동 중이지만 구봉서 선생이 고인이 된 지도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비슷하게 활동했던 백남봉과 남보원도 훨씬 이전에 고인이 되었다.
전영록의 아버지 황해도 구봉서의 동료로 나온다. 영화가 컬러인데 이후 70년대에 나온 영화들도 흑백인 것을 보면 컬러로 복원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서울로 간 아이들이 서른 명이 나오는데 어린 배우들 전부 부딪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낸다.
이 영화 속에는 빌런이 나오지 않는다. 따돌림이라던가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다. 아마 제작지원을 받는 곳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지 싶다. 모두가 행복에 도달하려고 서로 공생하는 관계를 부각한다.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결론을 끌어낸다.
아이들의 방언과 대화가 재미있다.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이들은 좀 더 자라 있다. 당시 사회적 통제가 가득했지만 아이들의 자유한 생동감을 볼 수 있는 고전영화 [수학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