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귤 이야기다.
지금 내 앞에 맛있는 귤 두 개가 있다.
요즘 귤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귤이라는 게 사실 과일 중에서 제일 마지막 보루 같은 느낌이다.
과일 중에서는 제일 저렴한 편에 속하고 맛있어서 학생 때에도 부담 없이 사 먹고, 겨울이면 한 봉지 가득 사놓고 누구라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과일이 귤이었다.
나는 사실 요즘 귤에 대해 약간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편이다.
언젠가부터 이 귤이 너무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맛있을 필요가 없는데 아주 맛있어졌다.
이 귤, 저 귤 할 것 없이 먹는 모든 귤이 달고 맛있다.
좀 세그랍고 시그러운, 새콤달콤한 귤이었으면 나는 좋겠는데 요즘 귤은 전부 맛있다. 귤이 슬프게 나온 이야기가 김승옥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이다.
그 당시의 귤은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 주인공은 아내의 시체를 세브란스 병원에 4천 원에 팔고 그 죄책감에 그날 밤에 그 돈을 다 써버리려고 한다.
술집에서 만난 두 사내와 밤새 돌아다니며 술을 마신다.
그 당시는 모르는 이들이 한 테이블에 합석을 하여 술을 마셨다.
주인공이 만난 두 사내 역시 서로 모르는 사이다.
주인공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아버린 큰돈을 두 사내와 함께 다 써버리려 한다.
밤새 이 술집 저 술집 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두 사내에게 한다.
그 중간에 귤을 사 먹는다.
그때 등장하는 귤은 몹시 슬픈 것이다.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면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 귤이다.
우리가 먹는 과일의 마지막 보루 같은 귤 정도는 제대로 먹게 해 줘야지.
장난도 아니고 그런 귤을 200박스나 팔았다고 자랑이나 하고.
귤 사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