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미국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 Andrew Carnegie와 이 책을 쓴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이다. 둘 다 미국에서는 높게 평가되는 인물이지만, 철강 왕 앤드류에 대한 평가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에게 우연히 카네기가 쓴 책에 대해 이야기하니 칠색 팔색 했다. 데일 카네기가 아닌 앤드류 카네기를 먼저 떠올렸고, 그에게 악덕 기업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실제로,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미연방정부를 도우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돈을 벌기 위해 독점이나 노동탄압도 마다하지 않는 사업가였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그러나 그의 엄청난 부를 사회에 기부하고 환원하여 결국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그 철강왕 카네기가 아닌 데일 카네기가 쓴 자기 계발서의 고전이다.
이렇게 '카네기' 하면 이 두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데일 카네기의 원래 성은 carnagey였는데, 그보다 앞선 앤드류 카네기의 명성을 활용하기 위해 1922년 carnegie로 성을 갈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성을 갈아서까지 자신의 명성을 드높일 정도로 처세술에 능한 데일 카네기가 전해주는 비법이 들어 있는 책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심리를 알려준다는 책들이 정말 많다. 보통 문학은 고전을 높게 사지만 그 외의 책들은 고전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최근의 것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6년 출판된 이 책이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 시간이 지나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입증된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란 무엇일까?
사람을 다루는 기본 방법
1.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Don’t criticize, condemn and complain.
2.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라. Give honest, sincere appreciation.
3. 다른 사람에게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Arouse in the other person an eager want.
먼저 자신과 싸우는 사람이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누군가가 나를 비판하고, 비난한다면 그 말이 아무리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라도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비판이나 비난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옳게 바꿀 수 없다. 비판이나 비난을 받게 되면 잘못을 돌아보기보다는 오히려 방어와 자기 변명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할 뿐이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누구나 그랬으며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쌩쌩 부는 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볕이라는 것은 어릴 적 동화를 들으면서도 깨달았던 바다. 상대방의 형편, 의도 등을 다 알 수 없으면서 함부로 비판하지 말아야 하고, 비난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비판하고 비난하면 그것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무섭기도 하다.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 말고 비판은 나에게, 칭찬은 남에게 해주자. 이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나를 바꾸는 것이 남을 바꾸는 것보다 쉽고 유익하고, 또한 덜 위험하다고 하니.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누가복음 6장 31절(개역한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니더라도 소셜 미디어가 발달되어 누구나 자신의 채널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나 '하트'를 받는 것도 일종의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본다면 어느 때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소셜 애니멀》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가 말했듯이 "우리의 무의식은 성공의 핵심인 거미줄 같은 굵고 촘촘한 인간관계 속으로 우리가 섞여 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우리는 연결되기를 바라고, 인정받고, 대접받고, 환영받기를 바란다. 그것은 돈이나 음식, 집, 건강처럼 스스로 노력해서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행동을 남에게 하지 말고,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해주는 그것이 바로 가장 큰 비결인 것 같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내가 해내야 할 몫이 있다. 그렇지만 나만 잘한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다.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함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내 옆에 유능한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할 수 있다면 원하는 바를 더욱 빠르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일에 대한 잠재력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감과 성취감도 더욱 클 것이다. 뛰어난 기업이나 회사에서 인재들을 모셔가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 많은 사례들이 나오는데, 뛰어난 사업가, 정치가들은 그렇게 본인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는 데에 월등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6가지 방법
1.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 Become genuinely interested in other people.
2. 웃어라 Smile
3.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라.
Remember that a man's name is to him the sweetest and most important sound in the English language.
4. 잘 듣는 사람이 되어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어라.
Be a good listener. Encourage others to talk about themselves.
5.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하라.
Talk in terms of the other man's interests.
6.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라. 진심으로 그렇게 행동하라.
Make the other person feel important and do it sincerely.
책 전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정', ‘경청’,'칭찬', '공감', '관심' 같은 따뜻한 말들이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다 보면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이다. 나에게 향한 시선을 상대방으로 돌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눈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 결국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관심을 바라보게 하는 일인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내려놓고, 상대방이 원하는 관심을 통하여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을 조언한다. 또한 못난 사람이라도 비난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뛰어난 사람만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므로 현명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의 노력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양보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1. 논쟁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The only way to get the best of an argument is to avoid it.
2.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라. 절대로 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Show respect for the other man's opinions. Never tell a man he is wrong.
3. 당신이 틀렸다면 빨리, 분명히 인정하라.
If you are wrong, admit it quickly and emphatically.
4. 우호적으로 시작하라.
Begin in a friendly way.
5.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처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네, 네' 반응을 이끌어 내라.
Get the other person saying "yes, yes." immediately.
6. 다른 사람이 말을 많이 하도록 만들어라.
Let the other man do a great deal of the talking.
7.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냈다고 여기도록 만들어라.
Let the other fellow feel that the idea is his.
8.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애써라.
Try honestly to see things from the other person's point of view.
9.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에 공감하라.
Be symphathetic with the other person's ideas and desires.
10.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라.
Appeal to the nobler motives.
11. 영화처럼 당신의 생각을 극화하라.
Dramatize your ideas.
12. 어떤 것도 통하지 않을 때 시도해 보는 최후의 수단-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켜라.
Throw down a challenge.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 실제 이유, 진짜 이유가 다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실제 이유를 포장할 고상한 동기를 생각해 내려고 애쓴다는 말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실제 이유가 나빠서라기보다는 모든 순간 '고상하고, 우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는 하지만, 좀 솔직하지는 못했던 적도 있다. 근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니... 역으로 누구나 그런 고상한 동기를 찾기를 원하고 있다면 그 고상한 동기를 직접 부여해주는 것이 나쁘지 않으리라. 상대방의 희생이나 양보할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상대방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동기부여를 한다면 마음을 얻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나에게 인간관계론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카네기가 아니라 신영준 박사였다. 그분이 예전 유학 생활 이 책 원서를 닳고 닳게 읽었다며 정말 최고의 책이라고 하면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고, 예전 〈인생 공부〉 팟캐스트 시절부터 인간관계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온 것을 많이 들었던 터라 한 번은 읽어야지 하고 있었다. 현대 지성 출판에서 나온 책을 읽었는데, 최초로 출간된 원고를 완역해 원전의 맛을 살렸다고 한다. 각 장마다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정리된 주요 문구는 영어로도 쓰여있어서 좋다. 아이들에게는 배려와 양보를 강조하면서도, 내 것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어른들이 이런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멋진 어른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멋진 인간관계가 촘촘히 얽혀진 삶을 기대한다.
적을 원한다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라.
친구를 원한다면, 친구들이 너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하라.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Francois de la Rochefoucauld
♡감사하게도 현대 지성 출판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서평단에 선정되어 보내주신 책을 읽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