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년설을 녹이고 저 넓은 바다를 억지로 덥히며 휘저었다. 그것도 모자라 곤히 자던 태풍이라는 이름의 수마를 억지로 깨워 온 세상에 난동을 부리도록 만들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고이 물려주고 흙으로 돌아가면 됐을 것을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도 악착같이 짓고, 세우고, 태웠을까. 우리는 뭐에 홀려서 이처럼 아이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을까. (248쪽)
나는, 아니 우리 인간들은 뻔뻔하게 하늘에 프레온 가스를 뿜어대면서, 쌓여가는 이산화탄소와 각종 배기가스를 넋 놓고 바라보면서 그 속에 인간성을 잘게 찢어 함께 날려 보냈다. 그 모든 행위가 재해와 재앙이라는 형태로 몸을 빚고 되돌아와 우리를 짓밟았을 때도 생존이라는 명목하에 그나마 남은 인간성을 모조리 소모해 버렸다. 그렇게 대책 없이 많은 시간이 흐르고, 결국 가장 아끼던 존재를 잃은 날이 되어서야 그것들은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수 있었다. (253쪽)
인생이란 원래 외로운 거예요. 우주라고 다를 게 없죠. (3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