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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lcineta님의 서재
  •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 제프리 포드
  • 11,700원 (10%650)
  • 2010-07-28
  • : 115

원래 미술과 회화를 소재로 한 소설에 관심이 많아 즐겨 찾아보던 차에 읽게 된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이 책을 읽은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잘 쓴 소설이란 겁니다. 잘 쓴 소설의 기준이 뭐냐고 하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제가 꼽는 잘 쓴 소설은 등장인물들과 플롯이 탄탄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다른 소설책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설의 어딘가에 총이 나왔다면 언젠가는 그 총이 발사되야 한다는 식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정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칠 뿐 아니라 그 등장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고, 아주 작은 역이더라도 개성이 넘쳐서 마치 그 인물 하나만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풍기죠. 좋은 소설은 그렇게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비단 잘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잘 나가는 초상화 화가, 적당히 타락하고 적당히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품으며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화가에게 거금을 줄테니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 더군다나 피사체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그려야 한다는 황당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의뢰를 풀어야 하는 화가라니. 소재부터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그렇게 신비에 감싸인 귀부인의 초상화를 그려가는 와중에 두 눈에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들의 사연이 겹쳐져서 이야기는 더 속도감이 있게 전개됩니다. 시쳇말로 폭풍 같은 이야기 전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휙휙 넘겼습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초반의 미국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그 시대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최후의 낭만이 남아 있었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샤루브크 여인의 초상, 간만에 즐겁게 읽은, 근사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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