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 찬 책
dulcineta 2009/03/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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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의 탄생
- 이희재
- 21,420원 (10%↓
1,190) - 2009-02-09
: 8,155
지인이 소개해서 잡은 책인데 정말 별 4개 반을 주고 싶은 책.
다섯 개가 아니라 4개 반은 마무리가 약간 급하게 끝난 감이 있어서 못다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고 또 한 가지는 저자의 번역 철학 중에 한 가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만하면 그동안 번역 관련해서 읽은 책 중 가장 알차고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대개 책을 읽기 전에 판단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목차를 보는 게 있는데.
책 중에 50 퍼센트는 목차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내용을 채워가는 책이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목차에 내놓은 제목만 그럴듯 할 뿐 막상 책을 들추면 기대에 미치치 못해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책, 정직하게 목차에 적힌 대로 또박또박 내용을 풀어가고 있다.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긴 그러니까. 번역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차만 조금 보자면,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 한국어의 개성, 그와 그녀를 모르는 한국어, 수동태 길들이기, 죽은 문장 살려내는 부사, 간결한 문장의 비밀, 뒤집으면 자연스럽다... 등등등. 번역 현장에서 일하는 번역가들은 한 번쯤 고민하고 머리 써봤을 내용들을 친절하게 풀어놓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바로 하나. 이 책을 출판 번역을 시작했던 3년 전에 마스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이 책에 든 내용을 100퍼센트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맹신할 것도 아니지만 이 길을 앞서간 선배로서 들려주는 충고와 방법론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토박이 말을 살리자는 저자의 취향에 맞춰 이런저런 단어를 정리했는데 거기서 왕족에 대한 표현은 좀 거슬렸다. 예를 들면 king을 상감으로, queen을 중전으로... 이런 식. 배경이 영국이나 프랑스의 궁정인데 상감과 중전은 좀 확 깨는 표현아닌가. 물론 어디까지나 저자는 이런 표현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면 한 번 보긴 아까운 책이란 건 확실하다.
번역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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