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bluemoon 2022/08/2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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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죽음
- 장 아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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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2-07-27
: 2,304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라, 해를 더할수록 신체적 아픔이 잦아지고 주변에 부고가 들려오면서 나 또한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단 생각을 한다.
생명체란 태어난 순간 이후로 죽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자진해서 죽음을 향해 다가서는건 인간이 유일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행위라 돌려쓰지 않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변화 중에 하나다. 무작정 조심스럽고 모호했던 '그 떠남'을,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하며 단어로 자살, 자유죽음이라 쓰는 것 말이다.
사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긍정적이라 할순없다.
온갖 비난에 패배자로 취급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동정의 빛을 띠는 반응들이 많다. 물론 고인과 가까이 지냈던 이들 중에 일부는 진심으로 애도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왜 그랬냐며, 돌아올리 없는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나는 자유죽음에 생각이 닿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정 죽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부터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쪽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나름대로는 길고 복잡했기에,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 저자가 말을 꺼낼때마다 반박하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싸움을 걸었다. 겨우 한번을 읽었을 때, 내가 죽음을 생각하던 사람치고는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통념을 지녔던 사람이란걸 알았다.
분명 가까운 이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갈때도, 심지어 유명인들의 자살소식을 들을때도 나는 슬퍼했었다. 나는 내 슬픔이, 상실에 대한 아픔도 있지만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당사자도 아닌데 세상 그 누구가 자살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서 저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내게는 너무 고집스럽고 편협스럽게 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읽다보니 내가 오해를, 그것도 아주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집스러운건 나였고 편협스러운 것도 나였다. 매우 부끄러웠다.
이 책에서 장 아메리는 자유죽음에 대하여, 총 5장에 걸쳐 이야기를 이어간다.
죽음이라는 바다에 직접 뛰어들기 전까지, 어두운 해변가를 걷는 이의 마음으로 독자를 끌어주는 이야기로 1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2장에서 인간의 존재가 스스로 죽는게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유죽음에 대한 정의나 인식을 떠난, 자유의지에 중점을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3장에서는 그 결정의 순간에 대해 말한다. '죽음에 이끌리는 성향은 인생에서 부단히 무엇인가 추구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경험(p144)'이라고. '타인의 의지에 따라 일어나는 죽음은 사건인 반면에, 스스로 손을 내려놓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자유를 선택한다. 자유인은 언제까지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p159)'하는 것이라고.
개인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4장에서는 조금 더 큰 세계관 속에서도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자살자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공허함 속으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든 학문에서든 현실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단호하게 경쟁하는 적수가 자살자다. 그는 자신이 자신에게 속한다는 것을 안다.(p170)'
마지막 5장에서 자유에 이르는 길에 대해 말한다.
'자유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해서, 늘 새로운 해방을 요구하는 영원한 과정이다. 자유는 실존적인게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방운동(p220)이리라'
'자유에 이르는 길'은 내가 그 길을 진지하게 걸어갈 때 바로 그럴때만 길이다(p245)'
'자신의 근원적인 진정성을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신으로 있기 위해 끊임없이 구축해야만 하는
진정성은 부단히 깨어지고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p255)'
'인간으로 누려 마땅한 존엄과 자유의 이름으로 우리는 존재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어야 한다.(p262)'
그러면서 '자유로운 선택으로 우리를 떠나간 사람 앞에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로 머리를 숙이고, 왜 우리를 버렸냐며 조리있게 따지는 일(p265)'을 언급하며 끝이 난다.
이 책의 제목이 너무 강렬하여, 처음엔 마치 죽음을 선택하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란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생과 죽음에 대한 선택에 문제보다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강한의지로 현실이라 부르는 것에 항거하며 치열하게 투쟁하며 살아가던 이의 증언이고, 자유의지 선언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씩 읽고 정말 마지막으로 책을 덮었을때.. 인간으로서 인간성과 존엄성을 지키기위해, 나는 어떻게 무엇을 선택하고 행동할지 나눌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죽음을 선택했던 장 아메리에 대해 떠올렸다. 내 방식으로 그의 안식에 평온을 더하며 애도했다.
자살은 다루기 쉽지않은 주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세대부터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오르내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접근은 충분히 신중해야겠지만 꼭 다뤄야만 하고, 그래야 한다면 진정성있는 다양한 의견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대 불문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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